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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Aug 26. 2022

야식 줄이기 프로젝트

고난과 역경의 길

    19년 여름에 독립을 했으니, 벌써 독립한 지 만 3년이 되었다.


    독립 전, 독립 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외적으로 가장 눈에 띄고, 가장 크게 변화한 건 슬프게도 바로 몸무게이다.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엄마 덕분에 본가에서 살 때는 집에 아이스크림, 과자 등의 군것질거리가 전혀 없었고, 배달 음식, 야식 등의 빈도는 일 년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독립을 해서도 이 체제를 유지했으면 좋으련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엄마의 건강한 밥상


    국제학교 교사 시절, 5시에 퇴근하면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형 학원으로 이직한 후, 빠르게 퇴근을 하면 오후 9시였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 몇 시간씩 영어 강의를 하느라 주린 배와 칼칼한 목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캔맥주를 따게 했다. 술을 잘 못함에도 불구하고 퇴근 후 마시는 시원한 캔맥주 한 캔이 그날의 모든 갈증을 씻어주는 듯했고, 맥주를 따면 맛있는 안주가 생각나는 건 당연지사였다. 그렇게 근 1년간 끊을 수 없는 '야식의 굴레'에 들어가고 말았다.


치킨을 안 좋아하면서도, 가장 만만하게 시켜먹을 수 있어 자주 먹었던 치킨들


    밝고 화사한 옷들은 옷장에서 점점 뒤로 밀려나고, 새로 산 편한 옷과 펑퍼짐한 옷이 옷장을 점령해가기 시작했다. 패션의 변화뿐 아니라, 몸이 무거워지니 움직이기 싫어지고, 꼼짝 안 하다 보니 우울감이 자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면 또 밤에 무언갈 먹게 되는 식이었다. 야식은 습관이다, 참으로 무서운 습관. 주중에는 퇴근이 늦어 그렇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야식이 습관이 되다 보니 쉬는 날에도 밤이 되면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밤에 퇴근하지 않는데도 야식을 끊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야식 줄이기 프로젝트’.

    아예 끊는 것은 애초에 포기를 했고, '줄이기라도 해 보자.'가 당시의 마음이었다. 야식은 보통 배달음식이 99퍼센트였기 때문에 배달어플을 삭제해보았다. 하루는 갔을까? 다시 어플을 설치하고 실패. 야식은 특히 음식값도 높고 배달비도 있어서 최소 3만 원부터였다. 그럼 식비를 제한해보자! 터치 한 번이면 결제가 되는 배달 어플에선 이것도 소용이 없었다. 이 방법 저 방법 가리지 않고 시도해보기를 수개월.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바로, 아침밥상 차려먹기!


직접 차려먹은 아침밥상들


   본가에서는 엄마가 매일 차려주시는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었었다. 독립 후에는 사과나 커피를 간단하게 먹으면 다행이었고, 밥상을 차려 먹는 아침은 거의 전무했다. '그래, 아침을 제대로 먹어보자!'하고 반찬 하나만 놓고도 먹을 수 있는 밥상 위주로 차리기 시작했다. 빵순이지만 아침 빵은 최대한 자제했다. 밥으로 꼭 한 공기를 먹었다. 아침 식욕은 밤 식욕의 반에 반도 안 되기 때문에, 밥 반공기에 그칠 때도 있었는데 억지로라도 한 공기를 다 비웠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식욕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극심한 배고픔이 사라지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점심, 저녁도 챙길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삼시 세 끼’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끼게 된 것이다.

    지갑도 지키고, 건강도 지키는 아침밥 챙겨 먹기. 프로젝트는 계속됩니다. 쭈욱. (제발!)




- 파랑 -

오늘 아침엔 소시지와 계란을 볶아 밥이랑 먹었습니다. 김에 김치도요!

두피를 꾹 꾹 누르면서 매일 한 개의 에세이를 써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5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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