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전통
곧 설을 앞둔 2019년의 겨울이었다.
‘이번 설은 뭘 하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친척들을 종종 만날 때도 있었지만 함께 깨벗고 계곡에서 물장구치던 동생들, 언니들, 오빠들이 모두 자라 누구는 고3이 됐고, 누구는 회사원이 됐고, 누구는 애기 엄마가 됐다. 그러다 보니 명절이라 해도 다 같이 모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번엔 여행을 가볼까?'
설을 2주 남기고 괜찮은 숙소가 남아있을 리 만무했다.
'그럼 당일치기로 바다를 가볼까?'
KTX는 물론이요, 무궁화 입석까지 전부 매진.
절친한 친구랑 신세 한탄을 하다가, 이 모든 일은 친구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울 외할아버지가 북에서 내려오셨잖어. 우리는 그래서 명절마다 만두 빚고 녹두전 부치고 그랬어, 평양식으루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판 만두 말고 집에서 만든 손만두!
“우리 이번 설에 같이 만두 빚을래?”
그렇게 뜻 맞고 시간 맞는 친구 세명과 내 집에서 만두를 빚기로 했다. 재료는 절친 어머니가 알려준 대로 마트에 가서 장을 한가득 봐왔다. 꼼꼼한 친구는 부추를 다듬고, 힘이 좋은 친구는 면포에 싼 두부, 김치 등 물을 쫘악 빼고, 칼질에 능한 나는 재료를 착착 썰었다. 그렇게 각종 재료가 모였고, 이걸 한데 섞으니 만두소가 완성되었다. 다 같이 앉아 만두피에 각자 스타일대로 만두를 빚었다. 처음엔 다들 엉성했으나 한 개 두 개 빚을수록 모양새가 꽤 그럴듯하게 완성이 되었다.
만두를 모두 빚고, 찜기에 찌니 물기를 머금은 윤기 가득한 손만두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었다. 다 같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드라운 손만두를 몇 판을 먹었는지 모른다. 찐만두를 호호 불며 혀를 데어가며 먹는 그 꿀맛이란!
그 후로 지금도 명절이면 친구들을 집에 불러 만두를 빚는다. 좀 더 능숙해져서 이제는 각자 집에 가져갈 몫도 챙긴다. 명절날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빚고, 먹는 '손만두 전통'을 앞으로도 쭉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