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커피 더 맛있게 먹는 법
며칠 전엔 집에 친구가 놀러 왔다. 둘 다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맛있는 집밥을 같이 먹고 각자 일을 하기로 했다.
솥밥을 해서 누룽지까지 끓여 밥을 야무지게 먹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커피가 빠질 수 없지! 혼자라면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즐겨먹곤 하는데, 오늘만큼은 둘이기에 넉넉한 용량의 핸드 드립을 내리기로 했다. 드리퍼, 서버, 드립 포트에 예쁜 잔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선물 받은 귀한 원두인 게이샤까지 전동 그라인더로 갈아서 갓 분쇄된 원두의 향도 코로 담뿍 즐겼다.
이제 커피를 내릴 차례!
맙소사!
종이 필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온 집안을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 보니... 친구와 캠핑을 가서 핸드 드립을 선보였고, 집에 다른 건 다 있는데 종이 필터가 없다는 친구의 말에 그럼 내 것을 가져가라,라고 한 기억이 났다. 이럴 수가. 할 수 없이 드립백 커피를 먹기로 했다. 이왕 준비한 거 서버에 드립백을 받쳐서 제대로 내리기로 했다.
산미감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는 함께 먹은 게이샤를 너무나 좋아하여 원두를 조금 싸주었다. 그 후에 이야기를 나누는데 집에서 해 먹으니 내가 내려준 맛이 안 나더라는 이야기. 드립백을 조금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줄글로 옮기려다가 대화를 첨부하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 그대로 올려본다.)
드립백 더욱 맛있게 내려마시는 법!
친구와 대화를 마치고 집에 있는 드립백들을 살펴보았다. 호텔에 갔을 때 무료로 제공된 드립백, 선물 받은 드립백, 여행지에서 산 드립백 등등.. 원두보다 드립백이 더 비싸기 때문에 '야외용'으로 남겨두었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드립백들이 꽤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 좋고 더 비싼 것을 '평소의 나'에게 주지 못하고, 특별한 날에만 줘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말 그대로 '아끼다 똥 되는' 경우였던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드립백들을 한데 모아 방향제로 만들어두고, 임박한 드립백 하나를 꺼내서 천천히 드립을 내리기 시작했다. 손님에게 내어줄 때보다 더 정성 들여서,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 파랑 -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또 한 개 깨우쳤습니다. 좋은 거 먼저, 나에게 먼저...!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올리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