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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Nov 10. 2022

저 엄마에게 불만 있습니다!!

막돼먹은 딸내미 드림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본문부터 써 내려간다.

친정 엄마가 아이를 봐주면서 주 중 5일 엄마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이전에는 한 몸 같은 마음이었는데 시집을 가고 내 살림을 꾸리고 나니

나의 엄마와 내가 이렇게 다른 존재였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전에 한번 엄마에게 자꾸 불만을 품는 것 같은 미안한 마음에 조금 더 상황을 이성적으로 파악하고자

모녀 관계에 대해 책을 많이 사서 읽어보았다. 

딸과 엄마의 관계가 그렇다고 는 하지만 제일 나의 상황을 잘 설명해주던 부분은

엄마가 기능적인 엄마의 역할이 주가 되던 미성년에서 자녀가 성인이 됨에 따라 정서적인 엄마로 바뀌어지는 부분이 잘 되지 않을 때 마찰이 생기는 부분이었다. 


기능적인 역할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돌봐주는, 즉 생존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보호자의 역할이고

정서적인 역할은 공감, 위로 등의 정서적인 부분을 지지해주는 역할이라고 이해했다. 




어제도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언제나처럼 저녁을 차려주고 식사를 권했다. 

이미 수차례 저녁은 소식을 하겠다고 식사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왔었지만, 

어제도 나는 밥상 앞에 앉아서 엄마가 자녀에게 해준 사랑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을 채워줘야 했다.


오늘 아침에는 회사에 식사할 것 있다고 싸주지 말라고 이미 백 번은 더 말한 듯한데도 

여지없이 도시락을 들고 나왔다.

직접 만든 포도 주스 한 병, 직접 끓인 쌍화탕 한 병, 약초로 우려낸 물 한 병, 육개장 한통 

고작 8시간 일하러 나가서 한 끼 해결하려는 데에 마치 며칠 출장 가는듯한 도시락 가방이 너무 무거워 이내 여태껏 쌓이던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길쭉길쭉한 병들에 치여 육개장이 쏟아졌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브레이크를 잡자 그나마 가방 안에 고여있던 육개장이 차 바닥에 넘쳐흘렀다. 

차에서 여태껏 참았던 고함을 질러댔다. 목이 쉬어버릴 정도로.

사실 엄마에게 분위기 상으로는 티가 났을지 모르겠지만 속에 쌓인 말을 엄마에게 내뱉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엄마의 의도는 선했으니까. 이 부분이 참 숨 막히게 자녀에게 죄책감까지 심어주는 부분이라도 오은영 박사님은 알아도 우리 엄마는 모르니까. 

차에서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다 해버렸다. 

그래도 조금 속이 시원했다. 




엄마는 손자가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을 보며 손자가 참 배려심이 많다고 했다. 

나는 자기가 무언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에서 배려보다는 자만심 혹은 성취감을 보상받는다고 했다. 

친구에게 물어보지 않고 도와주기 때문이었다. 친구는 싫다고 해도 굳이 도와주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친구가 도와줄까 물으면 본인은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을 엄마는 배려로 보고 나는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도움받기 좋아하는 친구를 만났더라면 쿵작이 그렇지 잘 맞을 수 없겠지만,

만약 본인처럼 스스로 무엇을 이룬다는 성취감이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 큰 기여를 하는 성향이라면 그렇게 안 맞을 수도 없을 것이다.




두서없이 쓰긴 했어도 세 가지 요점이 정리가 되었다. 


1. 적당한 것이 제일 좋은 것. 사랑도 너무 적으면 결핍이고 너무 많으면 오히려 짐을 지우는 것.

2. 배려는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

3. 그래도 나는 나중에 엄마의 이런 돌봄이 그리울 수 있기에 그래도 화는 내지 말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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