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인생은...
대학생 때, 술을 싫어했더랬다. 쓰고, 달고, 더러는 소독약 같은 이 술을 대체 왜 마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해 주셨다.
"인생이 달면 술이 쓰고, 술이 달면 인생이 쓰다."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각인된 말이지만, 당시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도 내 인생은 쓰다 생각했기에 그럼, 술이 왜 쓰지?라고 생각했다.
뭐, 지나고 보니 그때의 인생은 단 게 맞더라. 나이가 들면서 책임질 것이 늘어나고 온갖 경험이 늘어나니 당연한 결론이다. 물론, 과거의 삶이 머릿속에서 미화되고 날조되는 부분도 무시 못한다. 이래저래 인생은 일반적으로 가면 갈수록 고달픈 게 일반적이리라. 게임에서도 그렇지 아니한가. 1 레벨에서 만나는 몬스터와 100 레벨에서 만나는 몬스터가 다르듯, 경험치가 쌓일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이 인생이다.
과거의 삶과 지금의 삶을 비교해 보면, 그때의 나의 고민은 지금 나에게는 고민거리도 되지 않는 하찮은 것들이지만, 당시에는 분명 살면서 겪은 가장 큰 난관이었다. 지금 내 삶에 그 정도 고통을 주는 난관이 찾아온다면, 객관적으로 비교했을 때 지금 겪는 일이 더 무시무시하고 큰 사건일 것이다. 그래도 당시에 느꼈던 고통은 지금의 고통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리라.
우리는 나이를 들어가면서 온갖 괴로운 일을 겪고, 누군가의 위로를 받으며 술을 마신다. 기쁜 일도 참 많이 겪는다. 축하하기 위해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위로와 축복을 받을 수 없어 스스로 술잔을 기울인 날도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삶에 찾아온 고통과 기쁨에, 그리고 술에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나이가 들어 미각이 둔해진 탓인지, 고통에 대한 역치가 올라간 덕인지, 이제는 술이 쓰지 않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미래의 나에게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점의 인생이 분명 달콤하리란 것. 지금 내가 힘든 부분은 분명 미래의 나에게는 이미 경험한 일이라 아무것도 아닐 것이란 것.
그러니까, 오늘도 달콤하게 살아봅시다, 우리. 술은 조금만 마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