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멈출 수 없는 일

by 기빙트리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고효율. 가성비를 우선시 하는 시대에

책방을 한다는 건,

보이지 않는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 의미를 부여하고

안개가 자욱한 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일이다.

정말 누구도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지만

그저 내 어깨를 다독이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며칠 전에는 하도 사람이 없길래 문을 닫고 원동쪽으로 차를 몰고 가고 있는데 모르는 전화 한통.

받아보니 우리 책방을 보려고 울산에서 왔다는 젊은 학생이었다.

부랴부랴 핸들을 돌려서 20여분을 밟아서 책방문을 열고는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려주었다.

그 학생과 함께 나의 오후는 발이 묶여 있었다.

숙소 일도, 잡다한 해야할 일도 미뤄둔 채.


세상은 원래 이러한 일을 하면 안되는 구조였던 걸까?

시간과 에너지와 자본 등이 따르지 않지만

누군가를 위하고,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의 휴식을 주는 그런 일.

나의 책방은 그러하다.

음료 한잔을 앞에 두고 3시간동안 책 한권을 읽고간다.


여름철엔 더욱 난감하다.

에어컨을 여기저기 켜대면 가만히 있어도 가만히 있는게 아니다.

저절로 딸깍딸깍 내 잔고를 털어댄다.

그럼에도 어떤 손님은 새책을 베고 잠이 들기도 하고

에어컨 켜놓은 독방에 홀로 앉아 몇시간을 컴퓨터를 해댄다.


나는 책방지기이다.

이것은 직업인지 사명인지 요즘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투덜댈 수 없는건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노란 등 아래서 오래끼고 있던 돋보기를 벗으니 눈이 어른어른하다.

흐려진 하늘과 어둑한 책방 구석에 앉아 있는 내가. 오늘따라 유독 더 비현실로 느껴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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