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날에도, 누군가 다가온다

책방에서 보내는 느린 하루

by 기빙트리

오늘은 조금 일찍 서둘러 운영하고 있는 숙소 마당의 고양이들에게 밥과 물을 챙겨주고는 책방으로 향했다.

주차를 하는데, 벌써부터 책방 고양이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일 챙겨주는 습식캔과 약을 섞어 내밀자 익숙하게 받아먹는다.

이 고양이는 분명 어딘가에 따로 밥을 먹고 자는 곳이 있는 듯하다.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가끔은 뻔뻔하게 책방 안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오기도 한다.

집에 돌아가면 또 한 마리, 시니컬한 말티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요즘은 사람보다 동물들이 나를 더 반겨주는 것 같다.

사흘 전 임플란트 시술을 받고 붓고 몸살기가 있어 어제는 책방 문을 일찍 닫고 귀가했다.

차를 끌고 막 길을 나서는데..

책방 골목 어귀에서 혼자 가끔 책을 읽으러 오는 청년이 지나간다. 순간 어쩌나 하는 낭패감이 들었다.


오늘은 유독 사람이 없다. 활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시계를 봤다.

오후 1시. 시간이 이렇게 더디게 흐르는 건 책방에 있을 때뿐이다.

다른 곳에서는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는 시간인데.

그때, 머리를 밝게 염색한 경쾌한 인상의 여성 한 분이 들어섰다.

클레어 키건의 『푸른 들판을 걷다』를 한 권 구입해 창가 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잠시 대화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그분은 일부러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물금역에 내려 우리 책방을 찾으셨단다.

순간 멈춰 있던 정신이 깨어나는 듯했다.

사람이 뜸하고, 시간도 느리게 흐르지만, 그렇기에 이런 우연한 인연들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요즘, 매주 연재하는 브런치북을 읽고 책을 주문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어쩐지 믿기지 않아 나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이다.

“아,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구나.”

이 작은 사실이 오늘, 정지해 있던 내 하루를 조용히 흔들었다.

나는 멈춰 선 줄 알았는데, 실은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여성 손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꿈의 직장이시네요!”

나는 혼자 앉아 조용히 웃었지만, 그 말이 마음 한켠에 오래 머물렀다.

오늘 같은 날, 비록 느리고 쓸쓸할지라도—책방을 열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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