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으로 가는 감정
어느 순간, 외로움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누군가의 삶에 내가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일,
그것이 바로 외로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꼭 비극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완전히 중심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로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고유한지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마음 아픈 일은 여전히 생기지만, 예전처럼 쉽게 무너지진 않는다.
상처는 여전히 날카롭지만, 그 고통을 삭이는 법을 서서히 배워간다.
세월은 감정을 무디게 만들기보다, 조절할 수 있게 기다려준다.
울고 나서 다시 웃는 법을 알고, 멈춰 있다가도 다시 걸어 나가는 법을 안다.
그리고 이제, 미움이 깊지 않다.
한때는 쉽게 미워하고 오래 끌어안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구에게나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걸.
그리고 어떤 관계든 언젠가는 끝날 수 있다는 것도.
그래서 조금은 더 너그러워진다.
나도 누군가의 너그러움 덕분에 살아왔다는 걸 떠올리면
한 번 더 마음을 푼다.
저녁 무렵, 산책을 나왔다.
지는 해를 등에 지고, 살살 부는 바람이 마음을 다독인다.
예전처럼 만나는 사람이 많지 않고, 하루의 대화도 적지만
심심하지는 않다.
무던한 시간들이 마음을 담담하게 만들고
매일 마주하는 밥상도 소박하다.
풀 맛 나는 샐러드와
뭉텅뭉텅 썰어 담은 삶은 단호박 한 접시면 족하다.
그저 단순하고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