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마구 쏟아지는 폭우가 아니라, 소리 없이 조용히 내리는 비.
책방 뒤편 중정을 적시며 하루 내내 촉촉한 공기를 품는다.
거창하지 않아도, 작고 감성어린 공간이다.
촉촉히 젖은 흙을 밀고 올라온 장미 순은 씩씩하게 머리를 들었다.
지난 1년간 꽃을 피우지 않아 내심 걱정스러웠던 목장미도 수줍게 짙은 핑크빛 봉오리를 내놓았다.
그 모습만으로도 안도하게 된다.
오늘 책방은 개점 휴업 상태. 원래도 사람이 드물지만, 오늘은 더 사람이 없다.
책 속에 푹 파묻혀 있던 머리를 부스스 털고 고개를 드니, 창밖 거리에선 간간히 차들이 흙탕물을 튀기며 지나간다. 마치 정지된 화면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스피커에선 검정치마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분위기는 의외로 아늑하다.
며칠 전, 손님이 베고 자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 책을 꺼내왔다.
오래된 책이라 그냥 버릴까도 했지만, 왠지 하루키가 서운해할 것 같아 정말 돈 안 되는 일을 시작한다.
한 장씩 펼쳐 수건으로 닦고, 찢어진 곳엔 종이테이프를 붙이며 다시 그 글을 읽는다.
하루키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의 문장 하나하나가 오늘의 흐릿한 날씨와 의식의 흐름에 기묘하게 잘 어울린다.
아무 일도 없는 듯하지만, 사소한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책방의 하루.
책방의 길가 쪽 큰 창 너머로는 개망초꽃이 흐드러졌다.
밭 주인이 올해 농사를 쉬기로 한 덕분에 허브와 잡초, 그리고 하얗게 핀 개망초가 흐드러졌다.
가지런하게 줄을 맞춘 작물처럼 깔끔하진 않지만, 사람의 손을 벗어난 그 풍경은 오히려 더 조화롭고 경이롭다.
하얗게 덮인 개망초꽃 사이로 푸른 민트 허브가 바람에 흔들리고, 그 무질서 속의 조화는 어쩐지 삶과 닮았다.
목적 없는 생각,
목적 없는 글,
목적 없는 단순한 노동과,
목적 없는 시간.
그것이 오늘이다.
이 하루의 시간이 지나고, 마치 노동의 현장을 벗어나듯 책방 문을 닫고 퇴근하겠지.
늘 위너처럼 달리던 나날들. 하지만 책방을 시작한 이후, 어쩌면 루저처럼 멈춰 선 듯한 나날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