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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DAK 노닥 Feb 02. 2023

걱정

에 대하여



최근 고민상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팟캐스트를 녹음했다. 군장병부터 첫 연애하는 사람까지. 세상에는 다양한 고민거리를 갖고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더 곰곰히 생각해보면, 고민상담이 아닌 걱정상담이 아닐까- 할 정도의 이야기들도 넘쳐 흐르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든다.

고민은 애태우는 무언가. 걱정은 불안한 무언가.


고민과 걱정은 엇비슷해보이지만 좀 다르다. 고민은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우는(엥 예상보다 부정적인 뜻이네 이게 아닌데) 것이고 걱정은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일이다. 즉 불안의 정도를 따지자 했을 때 그 농도가 더 진한 것은 “걱정” 이 아닐까?

고민상담과 걱정상담의 차이는 이런 것이다. 일단 내담자가 해답을 찾으려 하는 것은 동일한 것이지만 상담자가 올바른 해답을 제시했을 때


고민상담자는 “옳지. 알겠습니다.” 하고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반면,
걱정상담자는 ‘글쎄,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닌데...’ 하고 짐짓 쓴 웃음을 짓는다.



즉 걱정상담자는 불안 때문에 자신이 지지받는다는 사실을 더 확인받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두가지 중에서 어느 것이 나쁘냐? 하고 묻는다면 또 그렇게 따질수 있지도 않다.

두 가지 상담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나쁜게 아니다. 다만 우리가 듣는 입장에서 사람들의 고민이나 걱정을 받아들일 때에 ‘해답’을 줄지 ‘지지해’줄지 그것을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솔로몬이 다시 환생해서 살아온다 할지라도 걱정상담자에게는 단 1도 소용이 없을 수 있다. 왜냐하면 걱정상담자는 이미 내린 답(답정너) 에 기초하여 자신의 걱정이 상쇄되도록 함께 감정적 지지를 요구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이 아주 풍부해서 MBTI가 FFFF 이런 식(은 없을테지만) 인 사람이 리액션과 공감으로 사람의 고민을 듣는다 할지라도 고민상담자에게는 영향이 없을 수 있다. 고민상담자는 실질적인 해답을 원하기 때문이다.

듣는 이는 말하는 이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그렇담, 걱정은 왜 일어날까? 내가 생각해보니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람 중에 누가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겠어. 중요한 것은 이 걱정에 잡아 먹히거나 해결하거나 하는 두 가지 선택지다. 걱정은 대부분 불안함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불안의 요소가 해결된다 할지라도 다른 불안의 요소로 옮겨가는 아주 기막힌 생명력이 있는 녀석이라 박멸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걱정을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인데, 그건 대부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다.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에 있는 친구관계면 더 좋고. 그저 들어주고 지지해주며, 같은 편이 되어주는 것만으로 걱정을 느끼는 사람에게 자유를 선물로 줄 수도 있다.

걱정은 발생하지 않은 일들에서 탄생한다. 발생하지 않은 일들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인간의 ‘예습’ 때문에 수많은 걱정들이 우리 마음속을 누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걱정의 대부분은 정말 일어나기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 최악의 상황으로 가기 전에 우리는 이미 인생의 핸들을 조정하면서 잘 운전하고 있고 목적지까지 가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 졸린 눈을 펴고 길을 똑바로 쳐다본다면 걱정을 뛰어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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