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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메이커 체크인 Mar 15. 2022

호텔 콜라는 왜 1캔에 7천원일까

호텔 탐구생활 : 미니바 편

호텔을 세우겠단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1년8개월이란 시간동안 130여군데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호텔에 갈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다.


분명 똑같은 콜라인데 편의점은 1,000원.

호텔은 왜 7,000원일까. 심지어 호텔마다 가격이 다르다.
어떤 곳은 합리적(?!)으로 2,000원인 경우도 있고,
어떤 곳은 7,000원까지 치솟기도 한다.


호텔 객실 안에 가면 정사각형 귀엽게 생긴 냉장고가 하나 있다.

흔히들 '미니바'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 (일부 고급 호텔은 이 미니바가 크고 넓은 경우도 있다.)


귀엽게 생긴 외관에 비해 가격은 살벌하다.

콜라가 7천원인데, 다른 음료들은 오죽할까. 편의점에서 3천원에 파는 페리에 탄산수가
이 귀여운 미니바에 들어가는 순간 12,000원으로 뛰는 엄청난 인플레를 경험할 수 있다.


괜히 한 번씩 확인해보는 호텔 미니바 가격표


모든 호텔이 다 그런 것은 또 아니다.
일부 호텔의 경운 미니바 안에 주류를 제외한 나머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어떤 곳은 유료고 어떤 곳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니 헷갈릴만하다. 호텔을 그렇게 다닌 나 마저도 무료인지 아닌지 애매하면 꼭 확인부터 한다. 멋모르고 '역시 친절하게 마실 것도 주네' 하며 손 댔다간 체크아웃 할 때 슬픈 표정으로 카드를 건내는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저렇게 비싼 미니바를 요즘 누가 쓰긴 할까?

그럼 대체 호텔 미니바는 왜 비쌀까.


이걸 알기 위해선 미니바가 왜 생겼는지부터 알아야했다.




과거 미니바는
혁신이었다.


미니바가 탄생한 것은 1960년대, 독일의 Siegas라 불리는 회사가 고급호텔에 사용하기 위해 미니바를 처음 소개했다.(Siegas는 냉장 기술에 특화된 회사이다.) 그리고 3년 뒤인 1963년, 존.F.케네디의 지시로 워싱턴DC의 매디슨 호텔에 미니바가 처음 등장했다. 이 때 처음 사용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나서 1974년 홍콩 힐튼이 '미니바 안에 음료와 주류를 비치'하면서 세계적으로 '미니바'가 쭉쭉 퍼져나간 것이다. 그 이후 '호텔에는 미니바가 있어야 한다'라는 공식이 세워지기라도 한듯 대부분의 호텔에서 미니바를 볼 수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그런데 당시 홍콩 힐튼은 왜 미니바에 음료와 주류를 객실 안에 다 넣어놨을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매출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호텔은 객실 수에 따라 매출 상한선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레스토랑/카페/펍&바/피트니스시설/멤버십 등으로 부가적인 매출을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같은 맥락으로 '냉장고'라고 부르지 않고 '미니바(mini-bar)'라고 표현한 이유도 객실 안에서 호텔이 제공하는 일종의 작은 'bar'이기 때문이다. 그냥 냉장고가 아닌 객실 안에 있는 작은 영업장인 셈이다.


실제로 홍콩 힐튼이 미니바를 도입한 이후로 IN-ROOM SALES 그러니까, 객실 안에서 잡히는 매출이 500%가 상승했단 보고가 있었다. 이러니 호텔 경영자 입장에선 너도 나도 미니바를 객실에 넣고 싶을 수 밖에.


매출이 500% 성장했단 것은 그만큼 미니바 안에 있는 비싼 음료들이 팔려나갔단 얘기다. 지금의 관점으로 봤을 땐 이해하기 힘들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간다. 지금이야 10분 단위로 편의점이 보이고 호텔 근처에 대부분 편의점이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호텔 건물 안에 있기도 하다.) 하지만 1970년대 홍콩은 그렇지 않았다.


편의점의 역사라 불리는 세븐일레븐이 홍콩에 처음 들어선 것은 1981년. 당시 홍콩엔 크고 작은 마켓들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24시간 운영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그러니 홍콩 여행객, 출장온 사람들, 투숙객 입장에선 특별한 대안이 없었다.


그렇다면 호텔 미니바에 들어가는 음료들은
똑같이 편의점에도 파는데, 유독 호텔이 비싼 이유는 뭘까.




호텔 콜라가 1캔에
7천원인 이유


이와 관련해서 해외 매체들은 크게 3가지 이유로 설명을 한다.


첫번째.

편의를 제공한 것에 대한 비용.


이 말인 즉슨, 우리가 호텔 안에 가운차림 혹은 챙겨간 파자마차림으로 격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 생각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뭔가 먹거나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때 다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근처 편의점 혹은 마트가 어디 있나 찾고 이 모든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기만 하다.   


하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몇 걸음만 걸으면 미니바가 있다. 굳이 옷을 갈아 입을 필요도 없고 낯선 지역에서 편의점/마트가 어디있는지 알아볼 필요도 없다. 그에 대한 비용이 들어가있다. 귀찮음을 돈으로 사서 해결한다고 보면 된다. 거기에 미니바도 호텔 직원분들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한다. 유통기한 체크에 미니바가 비워져 있으면 채워 넣는 등 인건비, 유지비가 들어간다. 그에 대한 비용까지 한 스푼 더.



두번째.

호텔 식음업장 이용 유도.


여행 리서치 전문가 Gail Hughes 에 따르면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때려 맞은 미니바의 금액이 호텔 내 레스토랑이나 바(bar)를 이용하게 만드는 심리적 자극을 준다고 한다. 마치 '이 돈주고 mini-bar에 있는 기성제품 음료 마실바엔 차라리 진짜 bar에 가고 말지.'를 말한다.


미니바에 있는 맥주 작은 캔의 금액이나 호텔 BAR에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의 가격이 거의 동일한 경우가 있다. 간혹 더 저렴할 때도 있다. 이런식으로 미니바의 높은 금액은 호텔 내에서 또 다른 소비를 할 수 있게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세번째 이유는 조금 의외였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해외 매체에서 몇 번 거론 된 적이 있어서 슬쩍 넣었다.



세번째.

당시 출장자들의 시원한 여행경비 소비?!


사실관계가 정확하진 않지만 과거엔 출장자들의 여행경비에 대해 회사들이 꽤나 관대했다고 한다.
출장시 호텔 객실 비용은 물론 호텔에서 사용하는 비용들 마저 처리를 해줄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회사 이야기는 아닌 듯 하다). 그래서 출장 온 사람들은 비용처리를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미니바 사용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호텔은 바로 이 점을 활용했다고도 전해진다.


위 3가지 이유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음..글쎄..그렇게 크게 공감 되는 이유들은 아닌데?'


그도 그럴 것이 미니바가 처음 호텔에 적용이 되고, 미니바의 전성기(?!)를 누렸던 시대는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이다. 3-40년 전 이야기이다. 문제는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 주변엔 내가 원할 때 언제 어디든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이 근처에 널려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 호텔 건물 안에 편의점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소비자 가격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파악 할 수 있는 세상에서 굳이 몇 배 비싼 돈을 내가며 미니바를 이용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텔들이 아직도 미니바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미니바의 현실은 어떨까.



워싱턴포스트에서도 다룬 호텔 미니바 관련 아티클.. (2022년)



호텔 미니바의

냉혹한 현실


메리어트 호텔 CEO, Arne M. Sorenson의 말 한마디로 모든게 정리가 된다.

"미니바에서 요금을 청구하는 만큼
미니바에서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랍니다."


홍콩 힐튼이 미니바로 돈을 번 것은 1970년대.

메리어트 호텔 CEO가 미니바로 돈 못 번다라고 말한 것은 2014년.


2017년 관련 자료(CRBE 2017 리포트)에 따르면 미니바는 호텔 수익의 0.4% 밖에 안된다. 오히려 손해라고하는 경우도 있다. 4성급 호텔들은 미니바에 무료 생수 2병만 남긴채 비워 놓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니바가 그렇게 비싼데, 호텔은 미니바로 돈을 벌지 못할까.

국내와 해외 자료들을 살펴보니 3가지로 정리가 되었다.



첫번째 이유는 대체제가 생겼다.


나의 편의를 위해 더 비용을 태울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주변에 편의점이 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호텔 바로 근처에 편의점이 있다면 이제 '편리함을 돈으로 사느냐' 아니면 '잠깐 나갔다 오느냐' 선택을 해야 한다. 특히 어딜가나 편의점이 있는 우리나라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앞서 슬쩍 언급했지만 호텔 건물 안에 편의점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마곡나루역 쪽에 있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보타닉 파크의 경우는 더 재밌다. 핸드폰으로 편의점 물품을 구매하면 로봇이 가져다 준다. 이처럼 여러 대체제가 생기다보니 뜨악한 값의 미니바 사용량은 자연스럽게 줄어 들 수 밖에.



두번째 이유는 밑도 끝도 없이 나가는 인건비.


호텔 입장에서도 나름 고충이다. 미니바를 매번 확인해야 하고, 물품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고, 새로 채워넣어야 한다. 또 다른 투숙객들이 밀려오기 전에 객실 정비를 모두 마쳐야 하는 상황.객실 청결 유지에 더 집중 하기도 빠듯한데 미니바에 들어있는게 많으면 하나하나 체크하는데도 시간을 꽤 잡아 먹는다. 모든 일이 그렇듯 사람이 하는 일이 많아질 수록 그만큼 비용이 발생하고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세번째 이유는 괴도 뤼팽과의 전쟁.


체크아웃 할 때면 항상 듣는 질문. '혹시 미니바 이용 하셨을까요?'

그 때마다 드는 생각. '썼는데 안썼다고 하고 런! 하면 어떻게 되는거지?'


물론 나중에 팩트 체크 후 체크인 할 때 냈던 개런티용 카드에 청구가 되기 때문에 거짓말 해봤자 어차피 걸리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고단수 괴도 뤼팽들이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미니바에 있던 주류를 마셔놓고, 빈 병에 다른 액체를 채워 넣는 경우. 교묘하다. 듣자마자 '와우..정말?' 이란 생각이 들지만 종종 발생하는 일이라 한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외국 호텔의 경우 미니바에 센서가 달려있어서 일정시간 그 자리에 병 혹은 캔이 없을 경우 미니바를 사용한 걸로 체크하는 기능이 있을까. 정말이지 세상은 넓고 독특한 사람들도 많다.. 어찌되었는 호텔 입장에선 손해다.


"he CEO of Marri


이놈의 미니바,
어떻게 해야할까


아예 빼자니 좀 그렇고, 미니바에서 세일즈를 하자니 실효성이 아쉽고. 이놈의 미니바. 대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앞서 언급했듯 일부 호텔들은 물을 제외하고 내용물을 모두 빼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다른 방식으로 활용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단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은 '무료 미니바'

미니바에 있는 음료수 혹은 간단한 스낵류들을 서비스차원에서 무료 제공을 하는 것이다. 삼성역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는 아예 '습격! 미니바 패키지' 라고 하여 패키지 상품으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 2021년 한경에서 발표한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인기가 좋았던 호텔 프로모션 상품 중 하나가 '무료 미니바 패키지' 였다고 한다.


또 다르게 사용하는 사례는 없을까 궁금했다. 역시는 역시.

(2021년 기준)해외 호텔 사례를 살펴보니 몇 가지 흥미로운 것들이 있었다.


첫번째는 미니바에 로컬을 엮는 경우.
기존의 미니바는 기성제품들을 채워넣기만 했다면 이젠 호텔이 세워진 지역에서만 경험 할 수 있는 음식이나 마실 것을 미니바에 비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객들이 객실 안에서도 '로컬'을 경험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혹은 Farmer's Market이 호텔 근처에 있다면 이들과 협업하여 미니바를 구성하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다. 여기에 더 나아가 현지 양조장이 있다면 이들의 맥주나 와인을 비치하는 것이다. 적어도 아무런 스토리 없는 기성제품 넣는 것보단 인상 깊어 보인다. 여기에 재밌는 설명까지 곁들여 있으면 금상첨화.


두번째는 호텔이 자신있어 하는 것을 넣는 경우.

호텔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간혹 호텔 안에 운영되는 BAR엔 호텔을 상징하는 시그니쳐 음료 혹은 칵테일이 있다. 그것들을 미니바에 비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투숙객 입장에선 벗어둔 옷을 다시 주섬주섬 챙겨 입고 BAR로 나올 필요 없이 편안히 객실 안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mini-bar 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직접 객실에서 칵테일을 제조해서 마실 수 있게 미니바에 재료들을 비치해두는 재밌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확실한 건 기성제품만 모아두는 미니바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호텔 미니바. 미니바에 대해 떠들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시대가 많이 변한만큼 앞으로 호텔 미니바 또한 어떻게 변신 할지 너무 기대가 된다. 사실 미래에 내가 세울 호텔의 미니바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며 미니바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우리 호캉스러버분들에게 이 재미난 이야기를 공유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겨 보았다.


이 모든 건 사실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호텔에 갈 때 '야 너 미니바가 왜 비싼지 알아?' 라며 즐겁게 아는 척 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 그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럼 이번 <호텔탐구생활> 1편은 여기서 마침표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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