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만의 휴양지 블레드호수에가다
당신은 여행할때 어떤 스타일인가?
스타일이라고 말하면 조금 이상하겠지만
분명히 개개인의 여행스타일은 존재한다.
나는 이번여행빼고 총 2번을 다녀왔는데
나는 내 여행스타일이 정말 빡빡하게 돌아다니는게
내 여행스타일인줄 알았다.
자주오는 기회가 아닌만큼 더 일찍 더 빠르게
도시도시마다 돌아다녔다.
작년여행은 50일동안 15개국을 갔었다.
이게 어느정도인지 감이 안잡히니까
예를들어 설명하면 아침에 도시에 도착하면
그날 하루안에 그 도시를 다 구경하고
그날 밤에 야간열차를 타고 다음도시로
이동하는 미친일정이었다.
당연히 구경도 다 못하고 몸은 몸대로 지쳐있었다.
이번 여행도 나는 초반엔 그렇게 다녔지만
생각이 바뀌게되었다.
블레드호수는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라냐에서
차로 2시간정도 걸리는 슬로베니아의 휴양도시다
구경할것은 딱 한곳이다. 블레드호수 자체다.
블레드에는 블레드성과 블레드 호수밖에없으니까.
내가 간 날에는 날씨가 미쳤었다.
덥지도않고 선선한 바람이불어서 산책하기
아주 좋은 날씨였다. 나와함께있던 내 동행도
나도 보자마자 탄성부터 지르고 주위를 따라
걷기시작했다.
구름과 바람, 나무와 숲, 호숫가의
조화가 말로표현이안되는곳이었다.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수영할만큼
물이 너무깨끗했었고 어떤 사람들은
자전거를타고 호숫가를 돌기도하고
어떤 커플은 호숫가 나무에 누워 여유를
즐기기도했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느꼈던 기분과는
너무다른 안정감이었다.
그렇게 나도 그 애와 함께 누워서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많이 변했다.
여행은 최대한 많이보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더 다녀보는것. 그것도 맞는말이다.
그치만 나는 블레드를 기점으로
여유로워진 사람이되어버렸다.
"내가 원하면 더 머무르고 내가 좋으면 더있고
그렇게 시간에 쫓기면서 살지않기로"
너무나 짧았던 9시간의 블레드를 떠나기전
진짜 몸이라도 담그고 갔으면 좋으련만
옷이없었기에 애꿎은 발만 퉁퉁불도록
블레드 호수에 계속 담가놓고있었다.
3시간을 대여한 자전거는 딸랑 30분타고
2시간을 블레드 호숫가에서 햇빛과 함께
누워서 낮잠을 잤다.
짧은 9시간에 블레드호수에 발이 묶여버린
우리 두 사람은 그냥 하염없이 저 멀리보이는
블레드 섬과 성, 호숫가를 바라보며
아쉬운 마음만 남기고 그렇게 블레드를
나오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블레드 호수가
너무 아련하게 기억이남아버렸다.
짧은 시간이었고 더 있지 못한 아쉬움과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버린 블레드가
조금씩 기억이안나기 시작한다는게
표현안되는 이 기분이 아련하다고 말하는게
맞는것같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것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기억만 남아서 아련하게
생각난다는게 인정하기싫지만
인정하게 되었던 블레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