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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소흠 Jan 22. 2024

맥킨지 퇴사 후 남은 3가지

과거의 교회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베리데이(Veryday) 오피스

스웨덴 우메오에서 2년간 석사 생활을 마치고 스톡홀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맥킨지 디자인에 입사했다. 주변 사람들 모두 맥킨지에서 UX 디자인을 한다고? 하며 의아해했지만, 사실 맥킨지는 2015년에 실리콘벨리의 디자인 에이전시 루나(Lunar)를, 2016년에는 스톡홀름의 디자인 에이전시 베리데이(Veryday)를 인수했다. 그리고 맥킨지 디자인 (Mckinsey Design)이라는 이름으로 맥킨지 디지털 (McKinsey Digital) 아래에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접목한 부서를 키워나가고 있다. 현재 스톡홀름 본사를 중심으로 런던, 밀라노, 부다페스트, 파리 등 유럽과 미주 지역 전역으로 디자인 팀을 만들고 있고, UX 디자인, UX 리서치, 서비스 디자인, 그리고 산업 디자인까지 다양한 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았던 약 2년간의 회사 생활을 마친 후 맥킨지 디자인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 디자인 스킬적인 면에서 성장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나라는 사람이라는 커리어적인 면으로 성장한 부분이 더 컸는데,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더욱 중요한 점은 맥킨지에서 배운 이 세 가지가 비단 회사 내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삶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면서 동시에 잘하는 분야를 직업으로 삼으며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기 위한 자세를 만들어준 것 같다. 




01 - 나라는 사람에 대한 브랜딩

어느 컨설팅업계가 그렇듯이 맥킨지에서도 내가 담당하는 프로젝트마다 팀원이 매번 바뀌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6개월 텀으로 내가 지칭하는 '우리 팀', '팀원'이 바뀌는 것이다. 업무 성과와 인사를 담당해 주는 매니저를 한 명씩 배정해주긴 하지만 그 매니저와 내가 꼭 같이 일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형식의 장점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단점은 여러 사람의 업무 스타일을 빠르게 파악하고 또 적응해 나가야 된다는 점이다. "우리" 팀이라는 소속감과 팀원에 대한 정이 들 무렵 새로운 팀에 배정받는 점도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럴수록 손발이 서로 척척 맞는 팀에 속하거나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팀원이 되기 위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PR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가령 디자이너로서의 자신의 강점이 UI 디자인이라면, "이번 프로젝트에 UI 디자인을 제일 잘하는 주니어를 찾고 있는데.."라고 상사가 말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가만히 자기 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분야를 제일 잘하는지, 혹은 어떤 산업에 관심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어필해야 된다. 특히 스웨덴의 상사들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자주 하고, 여기에 클라이언트와 외근도 잦아지면 누가 어디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알기 힘들기에 틈틈이 나라는 사람을 브랜드화하여 활발하게 PR을 해야 된다. 

이를 위해 나는 항상 머릿속에 내가 잘하는 것과 관심 있는 프로젝트 2가지를 명확하게 정의한 다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알려줬다. 물론 만나는 사람마다 무작정 나의 장점을 세뇌시키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그 대신 팀원이나 상사들과 사람대 사람으로 서로를 진정으로 알아가고, 그 과정 중에 나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아침에 커피 머신 앞에서 오랜만에 만난 상사에게 근황을 주고받는 중, 혹은 다른 팀원과 서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것이다.  


02 -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자세

맥킨지에 있으면서 정말 자주, 다양한 곳으로 출장을 다녔다. 주로 클라이언트가 있는 곳에서 워크숍을 하러 가거나, 각기 다른 나라에 있는 팀원들이 함께 모여 코워킹을 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 한 번은 아침에 출근을 해서 오전 중에 프로젝트 투입이 갑작스럽게 정해졌는데, 같은 날 저녁 런던에 있는 팀 디너(회식)를 가기 위해 오후 4시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기도 했다. 물론 사무실에서 짐을 싸러 다시 집까지 갔다가 공항을 가는 아주 꼬인 동선이었다. 또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 출장을 가서 목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스케줄이 몇 달간 지속되기도 했다. 

유럽 내에서 하는 짧은 비행이어도 공항까지 이동해서, 보안 검색대를 지나고,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꼬박 반나절은 걸린다. 그렇지만 이동을 한다고 그 반나절동안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호텔이나 집에 도착해서 추가로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이상 최대한 이동 시간에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항 가는 택시 안에서 노트북을 켜서 일을 하거나, 비행기 안에서 PPT를 읽어보거나, 공항 검색대 줄에서 이메일을 보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비행기에 탑승하는 와중에 줌 미팅에 들어가 본 적도 있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과 컴퓨터만 있으면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집중도를 끌어올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어진 환경에 맞게 자투리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연결이 없는 기차 안이라면 각종 알림에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디자인 작업을, 인터넷은 연결되지만 앉아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공항 검색대 줄에서는 밀린 이메일을 처리하는 식으로 말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일을 이동 중에, 바쁜 와중에 처리할 수 있다. 


03 - 현재의 '나'의 경쟁상대는 과거의 '나'

인사 평가 기간에 어느 회사든 이번 한 해 내가 이룰 목표를 적어서 제출하라고 한다. 작성해야 될 때마다 너무 형식적이고, 과연 이걸 다 읽어볼까라는 생각에 무의미하다고 느끼지만 형식상으로라도 해야 되는 일이기에 뭐라도 적어서 제출한다. 하지만 맥킨지만큼은 처음으로 내가 다녔던 전의 회사들과는 달리 해당 프로세스가 굉장히 체계적이었고, 실제로 내가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회사에 어떤 부분에 기여를 했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서 미래의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맥킨지에서는 1년에 두 번씩 이뤄지는 인사 평가마다 '리더십 성장 플랜'이라는 약 5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리포트를 적어서 제출해야 된다. 글자 제한은 없지만 주로 개조식으로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적는 것을 권장한다. 인사팀이나 상사들이 많은 양의 리포트를 빠르게 읽기 위해서 미사여구는 최대한 배제한 채 요점만 적으라는 뜻이다. 5개의 질문은 내가 지난 6개월간 이룬 성과와 앞으로 6개월간 이룰 목표, 그 외에 궁금하거나 나의 커리어나 성장을 위해 더 논의하고 싶은 점으로 이뤄졌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해당 질문에 구체적인 예시로 답해야 된다는 것이다. 워크숍을 진행했다면 몇 명 규모의 워크숍이고 클라이언트한테 어떤 임팩트를 주었는지, 팀원들과 협업 중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몇 명의 팀원과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내가 만든 결과물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이 되었는지 등 구체적인 예시를 드는 것이다. 미래에 세울 목표 또한 구체적으로 작성할수록 나의 상사나 인사팀에서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 반년을 돌아보면서 나의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다 보면 목표가 선명해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야 되는지 쉽게 정의된다. 물론 내가 정한 목표가 중간에 바뀔 수 있고, 내가 관심 있다고 생각한 분야가 정작 나랑 안 맞을 수 있어도 성장을 위한 단계들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유튜브 채널 - sohmnm 

스톡홀름에서의 너무 아름다운 일상을 나만 보기 아까워서 유튜브 채널 (아이디: sohmnm)을 만들었다. 스톡홀름의 일상을 더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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