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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소흠 Jan 29. 2024

입사 초기에 받은 멘토링, '스폰서'를 찾으라고?

성과중심적인 맥킨지 컨설팅 업계에서 "성과"보다 중요한 것

코로나 이후 원격 근무가 우리 일상 속에 일반화된 덕분인지, 맥킨지에 있는 동안 전 세계 곳곳 사람들을 줌을 통해 많이 만났다. 특히 디자인 팀의 서포트가 필요한 프로젝트는 많은데, 가장 활발하고, 디자이너가 많은 부서는 스톡홀름이기에 각기 다른 프로젝트에 짧고 길게 투입이 되었다. 그중 자기소개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은 "맥킨지 다닌 지 얼마나 됐니?", 그리고 "어떤 분야의 프로젝트를 했었니?"였다. 결국 너의 장점과 과거의 경험을 지금 프로젝트에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앞으로의 글에서 더욱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6개월마다 인사 평가가 이뤄지고, 스스로 승진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승진할 수 있는 이런 무한 성장의 환경에서 프로젝트 성과는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거듭할수록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성과 그 이면에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을 느꼈다. 


컨설팅 업계에서의 성과는 철저히 클라이언트에게 얼마나 큰 임팩트를 주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프로젝트 제안서가 통과되었는지, 최종 발표 중 프로젝트의 결정권을 가장 많이 쥐고 있는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만족했는지, 론칭한 서비스를 얼마나 많은 유저가 사용하고 있는지,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추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는지 등 임팩트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많다. 클라이언트의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회사의 매출이 결정되는 컨설팅 업계의 구조적인 점 때문에 이런 지표는 승진에도 도움이 되고, 임원이 될수록 더더욱 강조된다. 더군다나 승진이나 인사 평가와 별개로 이런 구체적인 지표로 성과를 알게 되면 일에서 오는 금전적인 가치 이외로 굉장히 뿌듯하고, 일을 하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날씨 좋은 봄 날 오피스 회의실

하지만 숫자로 명확히 드러나는 양적 성과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따로 있다. '너랑 또다시 일하고 싶어'라는 팀원의 말 한마디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이번 프로젝트는 너무 짧았지만', '이번에는 제약이 너무 많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업무량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지만'과 같은 접두사가 붙으면 더 좋을 것이다. 야근이 잦은 컨설팅 업계 특성상 몇 개월씩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팀원들과 정말 24시간 함께해야 되기 때문에 함께 있을 때 일적으로도, 그리고 이왕이면 사적으로도 잘 맞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 마음은 누구나 똑같기 때문이다. 나 역시 클라이언트가 굉장히 만족해하며 계약은 성사됐지만, 약 1.5개월간의 프로젝트 기간 중 합이 안 맞는 팀원들 때문에 굉장히 괴롭고 스트레스받던 시간이 있었다. 간단한 의사결정도 긴 회의 끝에 결정해야 되고, 팀워크가 부족해서 같은 일도 비효율적으로 일했던 한 달 반 이후에는 다른 프로젝트를 찾아서 불이 나게 도망친 적이 있다. 


이것을 맥킨지 내부에서는 '스폰서십 (Sponsorship)'이라는 단어로 지칭한다. 실제로 입사한 후에는 너의 '스폰서'를 점차 찾아야 된다고 멘토링을 많이 받았다. 자기와 마음이 통하고 합이 맞아 함께 항상 일하는 상사, 혹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나를 팀원으로 데려오려고 노력하는 상사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꼭 스폰서가 몇 명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인사 평가 때 나의 스폰서라고 지칭할 수 있는 상사가 몇 있어야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스폰서라는 단어가 듣기 굉장히 거북했다. 결국 사내 정치를 잘해서 줄을 잘 타라는 뜻인가?라는 반항적인 마음도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은 것은 스폰서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보다 나와 뜻이 통하고 합이 맞는 사람, 나와 결이 비슷해서 협업이 잘 되는 사람을 찾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처럼, 오히려 구체적인 수치로 나오는 성과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일 수 있는 리더십이 더 발휘하기 어려운 성과였던 것이다. 맥킨지를 나온 지금도 항상 상대방과의 유대를 키울 수 있는 방법, 혹은 상대방에게 나의 진심을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 어떤 것에도 정해진 정답은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찾은 답은 꾸밈이나 가식 없이 사람을 대하는 것, 그리고 번지르르한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마다 이 방법은 각자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숫자로만 기록하려는 이 세상에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스톡홀름에서의 너무 아름다운 일상을 나만 보기 아까워서 유튜브 채널 (아이디: sohmnm)을 만들었다. 스톡홀름의 일상을 더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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