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Feb 25. 2019

02. 서두르지 않는 마음

플라잉요가 2주차, 무리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되는 데까지만

첫 주의 뻐근함이 주말을 지나면서도 채 가시지 않았다. 초급반 수업과 초중급반 수업을 병행해 듣는데, 근력 운동을 주로 하는 초급반에서는 너무 힘들고 화가 나서 거의 울 뻔했다. 작년에는 쉽게 잘만 하던 동작들이 이제는 아프고 힘들 뿐 아니라 아예 못하겠으니까 짜증이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자세를 유지하며 카운팅을 할 때 웬만하면 어떻게든 끝까지 버티는 편인데, 계속해서 도중에 포기하고 말았다. 운동을 마치고 사바아사나 자세로 쉬면서도 분한 마음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해먹 위에 올라타서 하는 서커스 동작을 더 많이 다루는 초중급반 수업은 근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에겐 되레 수월하다. 처음 보는 천사의 날개라는 자세를 배웠다. 서커스는 오랜만인 데다가 처음 보는 동작이라 꽤나 녹록지 않았다. 플라잉요가 시퀀스들이 해먹줄을 잡고 한쪽 발을 걸고 다른 쪽 발을 넘기고 손을 옮겨 잡고 줄로 몸을 감는 등등 하기 때문에 나는 이 과정을 내맘대로 그냥 실뜨기라고 부르는데, 실뜨기가 좀처럼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줄 땐 늘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왠지 시작도 하기 전에 성공할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을 먼저 가져본다. 기대에 부푼 첫 시도는 최종 자세를 코앞에 두고 허리 쫄림을 호소하며 대실패! 이렇게 쓰면 최종 자세 코앞까지는 잘한 것 같지만 거의 초반 동작부터 선생님이 잡아시고, 그 후에도 이쪽 발을 이렇게 넘기세요 저쪽 발을 저렇게 거세요 하고 말하면서 일일이 짚어주셔서 다다른 '최종 자세의 코앞'이다.


두 번째 시도는 나름 선방하는 것 같았지만 마지막 순간에 허리를 감은 해먹줄을 그대로 두고 그 안에서 몸만 쏙 180도 돌리라는 동작이 감이 잘 안 와서 헤맸다. 선생님이 살짝 잡아주고서야 비로소 정면을 볼 수 있었지만 뒤쪽으로 해먹줄을 펼쳐 나비 모양을 만들 여유가 없었다. 양쪽 해먹줄을 잡고 스르륵 (스르륵 내려오기란 여간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다) 내려와 곧바로 휴식. 끝이 없었으면 좋겠는 휴식.


세 번째 시도는 없었다. 수강생 모두 힘이 빠질 대로 빠졌기 때문이다. 나는 선생님 도움 없이 내 힘으로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마음 반 힘드니까 그만하자 싶은 마음 반이었던 터라 힘이 빠진 전체 분위기에 불만 없이 편승했다. 작년에 한창 할 때는 시퀀스를 새로 배우면 수업 끝나고 방향을 바꿔 반대쪽 방향도 혼자 시도해보고 했었는데 이젠 그럴 힘이 없다. 해먹 안에 들어가 사바아사나로 쉬는 동안에도 숨이 찼다.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해보자던 지난 주의 다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결국 내 맘대로 안 되니까 잔뜩 열이 올라서는 쌕쌕거리며 돌아가는 마음이 좋지 않다. 요가의 기본 중 하나는 무리하지 않기가 아니던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억지로 당기거나 버티지 않는 것. 그 기본을 무시하고 '나는 원래 이만큼 했었으니까’ 하며 욕심만 앞서니 몸도 마음도 편안할 리 없다.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리해서 빠르게 눈에 띄는 성과를 얻기보다 서두르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내 몸에 맞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에는 시간이 든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말았다.


다시 한 번 숨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스려본다.

지금 당장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매거진의 이전글 01. 이게 초급반이라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