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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Mar 04. 2019

03. 불안해도 괜찮아

플라잉요가 3주차, 일단 해보면 된다는 감각 익히기

플라잉요가를 다시 시작하면서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나 자신을 믿는 일이다. 내 몸과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플라잉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돌아보면 나는 그때 해먹을 믿지 못했다. "이게 몸에 이렇게 걸려서 안 떨어진다고요?" 하고 계속해서 의심하고 불안해했다. 몽키 자세로 인버전 한 번도 덜덜 떨었으니까. 이제는 익숙해져서 해먹에 대한 믿음이 있는데, 정작 오랜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한 내 안에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


팅커벨 자세는 다빈치 자세로 내 키만큼 높은 공중에 올라간 상태에서 해먹을 리버스 그립으로 잡아 상체가 앞으로 쏟아져 매달려야 한다. 기본 자세이긴 하지만 높이에 대한 불안과 힘이 달리는 악력을 생각하면 좀처럼 선뜻 매달려지지 않는다. 이건 기본이고, 해본 거고, 나는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해먹 위에 올라가 나의 힘으로 내 몸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겁이 나는 것이다. 내 손 힘이 이걸 견뎌줄까, 내 팔이 내 몸이 견뎌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한다.


비슷하게 리버스 그립으로 해먹을 잡고 매달리는 자세들은 할 때마다 약간의 망설임이 있다. 매번 매달려도 매번 해먹줄을 잡고 잠시 주저한다. 관성적으로 무의식중에 나오는 불안과 불신. 바로 잘 해낼 거면서도 꼭 한 차례 망설임이 스치고 간다. 오늘은 정말 힘이 빠져서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진지하게 불안한 날도 있다.


재밌는 건 눈 딱 감고 한 번 매달려보면 또 그렇게 별것도 아니라는 거다. 물론 온몸에 힘이 빠져 도저히 시도할 수 없는 상황도 올 때가 있지만, 대체로 그냥, 하면 된다. 하면 된다 만큼 허무맹랑한 말이 또 있을까. 그런데 정말 허무하게도 막상 해보면 정말 그렇다. 두려운 건 마음뿐이다.


그래도 두려운 건 두려운 거라서.


나는 무슨 일을 해도 하기 전에 고민부터 한가득인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해도 최악의 상황이 먼저 상상되고, 거기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뭐든지 해보기 전엔 다 안 될 것 같다. 실수하거나 혹은 실수 했거나, 다치거나 아플 것 같아 주저하는 시간만 늘어간다.


해먹 위의 나도 어디 가지 않는다. 줄을 놓칠 것 같고 떨어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나를 다독인다. 하지만 무작정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못 하고 있는 내 자신을 한심하게 여겨버릴 것 같으니까, 대신 불안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이 높이에서 고작 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건데 무섭고 불안한 게 당연해. 오늘은 못하겠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에 있어서 "무섭지 않아! 할 수 있어!" 라고 힘차게 응원하는 것만으론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 무서운 거야. 그래도 괜찮아" 라고 인정했을 때 되레 마음이 편안해져서 비로소 해낼 수 있는 때가 있는 것이다. 평온한 마음으로 조금씩 해보고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조금씩 하면 된다는 감각에 익숙해진다.


내 몸을 조금은 더 믿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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