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요가 4주차, 기본 동작에도 무리가 온다면
여느 때와 다름없는 수업이지만 부쩍 힘들다고 느낀다. 반동 없이도 코어 힘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동작들을 반동을 주어도 좀처럼 할 수가 없다. 팔에도 손 아귀에도 어쩐지 힘이 꽉 들어가지 않는다. 숨이 헉헉 차서 자꾸만 도중에 주저앉고야 만다. 수업이 끝나고 사바아사나 자세로 누워서까지 진정되지 않는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내 몸에 어딘가 문제가 생겼구나.
이건 사실 재작년에 가장 생생하게 경험했던 일이다. 플라잉 요가를 시작한 지 반 년 정도 됐는데 어느 순간 실력이 늘기는커녕 원래 잘 하던 동작들도 버거워졌다. 별것 아닌 동작들도 너무 힘들어서 짜증스럽고 울적하기까지 했다. 오늘은 생리할 때가 되서 그런가 보다, 오늘은 좀 피곤한가 보다, 오늘은 왜 이러지? 하며 그날 그날을 보내다가 때마침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야 이 모든 게 빈혈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태 빈혈 하면 그냥 창백한 안색에 머리가 핑 도는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빈혈 증상으로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의외로 숨이 차는 증상이었다. 계단을 조금만 걸어도 숨을 너무 헉헉거리는 통에 운동을 해서 다리 힘을 많이 길렀는데도 이렇게 힘이 들 수가? 하고 의아했다. 그게 다 빈혈 때문이었다니! 되레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유를 알게 되면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어도 그 명쾌함 자체에 기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때의 익숙한 감각이 지금 다시 느껴진다. 이제는 마냥 주저앉아 왜 이렇게 힘들지 하고 내 몸을 탓하지 않는다. 작년에 사두었던 철분제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나는 요가를 꾸준히 하고 있지 않았다면 내 몸의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몸이 드디어 아주 망가졌나 보다 하고 겁을 먹거나, 왜 이렇게 힘이 들지? 하고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체력을 원망하고 자책하며 누워있었을 거다.
이렇게 훅 신호가 오는 때면 평소보다 먹는 것도 신경 쓰고, 수면의 질에도 조금 더 신경 써보고 활동량도 조금 더 늘려보는 것이다.
주저앉지 말고 조금씩, 내 몸과 체력을 정상궤도로 돌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