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요가 5주차, 균형을 찾아야 해요
요가를 하면서 선생님께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는 단연 "균형"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짝다리를 짚고 다리를 꼬아 앉는 나쁜 습관을 이어온 나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불균형이 정말 심한 몸을 갖고 있다. 얼핏 보면 남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나는 특히 운동을 하면서 비뚤어진 내 몸에 대해 꽤 잘 인지하게 되었다. 크기가 다른 발을 시작으로 약간씩 다른 종아리 굵기, 균형이 안 맞는 어깨. 엉망으로 틀어진 골반은 다리 길이마저 비대칭으로 만들어버렸다.
내가 제일 힘들어하고 좋아하지 않는 자세를 꼽으라면 역시 전사 자세. 전사 1, 전사 2, 각종 변형 전부 다 너무 힘들다. 가뜩이나 허벅지도 터질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잘하고 있나 싶으면 어김없이 선생님이 오셔서 돌아간 골반을 잡아주신다. 이 균형에 대한 감이 여전히 잘 잡히지 않고, 선생님이 잡아주시지 않으면 내 힘으로는 맞출 수 없다는 것이 괜스레 서럽다. 유연하다고 생각했던 몸이 실은 엉망으로 비뚤어져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꽤나 아픈 일이다.
쉽게 생각했던 동작들도 제대로 된 몸의 균형을 잡고 나면 도저히 불가능한 동작이 되고 만다. 골반의 균형을 유지한 채로는 앞으로 뒤로 옆으로 그 어디로도 다리를 들어 올릴 수가 없다. 뻣뻣하게 굳은 골반과 다리로 아무리 열심히 다리를 찢어보아야 선생님으로부터 돌아오는 말은 "골반이 돌아가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라는 것이다. 제가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닌데요, 하고 우는 마음이 된다.
골반 정렬을 맞추는 것에 집중하면 해야 하는 동작을 엄두도 못 내게 될 때가 있다. 가령 서혜부에 해먹을 걸고 인버전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위로 뻗어 올리고 반대쪽 다리를 바닥에 내려 다리를 스트레칭하는 공중 찢기 자세는 나는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해먹에 건 다리를 뻗어 올릴 수 없거나 발바닥 전체로 바닥을 짚어야 하는 다리가 발끝이나 겨우 닿을 정도로 힘겹게 매달려 있게 된다. 땅에 닿지 못하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거나 무릎을 조금도 펼 수 없어 엉망인 자세를 하고 있을 땐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도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제가 지금 열심히 안 하는 게 아니라, 제 몸이 이렇게 생겨먹은 거라고요'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뭐 그 몸도 결국 내 탓이지만.
비뚤어진 상태에서 그 동작을 계속해봤자 아무런 효용이 없고 되레 불균형을 강화할 뿐이라는 것이, 꼭 내 마음과 같이 느껴졌다. 뒤틀린 마음은 모든 것을 뒤틀어서 본다. 엉망이 된 마음으로는 그 위에 어떤 좋은 말이나 경험을 쌓은들 있는 그대로 행복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마음도 몸처럼 움직여보고 그걸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여기가 이쪽으로 이렇게 비뚤어졌구나 하고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걸 알고 나면 몰랐을 때보단 균형을 찾아가기가 쉬울 텐데, 적어도 비틀린 마음의 원인을 알 수 있을 텐데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