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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희 Nov 04. 2017

'오래전', 주관적 시점의 차이

접촉의 심리치료 55 |  의식에서 지금 여기초점 맞춰지는 것들


어제 내담자가 어떤 체험을 얘기하면서 '오래전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그게 언제 일인가요하고 물었다. 그이는 일이년전쯤, 그랬다. 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군요했다. '오래전'이란 표현의 뉘앙스에는 그만큼 지극히 주관적인 시간의 간격이 존재한다.


체험이 체험 당사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에 미친 영향력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그 주관적 시간의 gap은 체험의 당사자에게는 근접거리로 해석된다. 그래서 그 체험은 그에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아직 의식의 초점이 그 체험에 또렷하게 맞춰져 의식의 전경foreground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체험이 체험이 갖고 있는 '문제성'이 해결 될 때, 체험자는 그 체험을 의식의 초점이 흐려진 배경으로 인식하게 된다.  


심리적, 정서적 체험의 미해결 과제는 늘 의식의 전경에 머물면서 실제로 아주 오래된 과거의 사건도 최근의 경험처럼 아주 생생하게 느끼게 하곤 한다. 숨죽이게 하고, 손에 땀이 나게 하고, 불안과 두려움은 삶의 모든 장면으로 확장된다.


그 깊은 의식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내밀어주는 손길이 필요하다. 신뢰가 바탕이 되는 안전함, 사랑과 보살핌의 체험이다. 그것은 몸으로서의 '나'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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