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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오라 Nov 17. 2022

답답해 죽겠지만 그게 나다!

"샌드위치 사면 커피 할인이던대 어떻게 적용하면 되나요?"


"투썸밀로 들어가시면 돼요"


눈동자가 바쁘게 굴러갔다. 알려준 글자를 찾고자 손가락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행여나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까 뒷목이 찌릿해져온다. 셀프 계산이 이리도 어려웠나. 왠지 모를 긴장감에 심장이 쪼여가는 듯하다.


한참을 버벅거리다 드디어 원하는 제품을 찼았고 여러 번의 누름 끝에 결제를 완료했다. 영수증이 나오자 그제야 주변을 살폈다. 대학가 인근이라 젊은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걸 왜 모르지? 이것도 못하는 거야?' 무시하는 표정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하느라 나의 버벅거림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민망하니 혼자 드는 생각이겠지.


주문한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고 좌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자리에 앉자마자 둘째에게 빌려온 아이패드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자리에 앉는데 테이블이 흔들려 머그컵 속에 있는 커피가 찰랑거리며 쟁반 위로 쏟아졌다. '으악! 아까운 내 커피~ 오늘 나 왜 이러니~' 순간 짜증이 일었다. 티슈로 닦아내며 커피 한 모금 마셔본다. '맛있다. 많이 안 쏟은 게 어디야' 따뜻하고 쌉싸름한 커피가 짜증과 위로를 동시에 준다. 


아이패드를 열고 밀리의 서재를 열었다. '아차! 와이파이!' 연결이 안 되는 앱을 꺼보려 했으나 버튼이 보이질 않는다. 밀리의 앱에서도 아이패드에서도 홈 화면이나 나가기 버튼이 보이질 않았다. '아~ 이 눔의 기계치!' 머리가 지끈거린다.



© Silentpilot, 출처 Pixabay



몇 해 전 망가진 핸드폰을 바꾸려 매장에 갔다. 늘 써왔던 삼성 핸드폰 말고 사진이 잘 찍히는 아이폰을 쓰고 싶었다. 매장에 가기 전 사용법을 검색하다 고민에 빠졌다. '내가 쓸 수 있을까' 매장 직원분이 나이 상관없이 사용법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익숙해지면 쉬울 거라는 말에 고심 끝에 아이폰을 구매했다. 그런데 웬걸, 1년도 못쓰고 결국 삼성 핸드폰으로 바꿔야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심각한 기계치였다. 거기에 디지털은 더더욱 친하지 않았다. 설명서 하나 없는 아이폰을 받아들이기엔 나의 뇌는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스파크가 튀고 흐트러져 짜증 유발자가 되었다. 단순하고 심플하게 만든 게 아이폰이라는데 나에겐 복잡하고 어려운 아이였다. 


온라인 세상에 발을 들인 후 온라인 강의나 줌만남을 하게 될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 노트북 외에 패드가 함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그때마다 아이패드를 고민했다. 하지만 아이폰을 버벅댔던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 선뜻 내키지 않았는데 줌 수업을 해야 하는 아이를 위해 아이패드를 그가 구매했다. 물론 둘째인 딸아이의 소유다. 가끔씩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고는 하는데 역시나 사용법은 잘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되돌아가기나 사용하던 앱을 끄는 법을 몰라 10분이 넘도록 헤매고 있다. '물어보고 왔어야 했는데, 전화로 물어볼까?'


시간은 흘러가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기다리는 동안 온라인으로 책 좀 보려는데, 핸드폰보단 큰 화면이 나을듯해서 무겁지만 챙겨 왔는데, 속절없는 시간만 쓰고 있다. '아까는 주문 못해 버벅대더니 이제는 간단한 것도 몰라 헤매는 꼴이라니.' 이런 사람이 유튜브 영상을 올리고, sns를 하고, 온라인 강의를 하거나 수업을 듣는다. 이런것들을 이해하는데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실을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서 알게 됐다. 남들보다 속도가 느리고 더디지만 포기는 하지 않는 사람. 스스로도 답답해 죽겠지만 그게 나다. 


성장하는 것도, 성공하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하나씩 천천히 해보다 보면 결국엔 알아진다. 해결되는 문제들이다. 간단한 버튼도 못 찾아 헤매는데 인생은 오죽할까. 조급해하지 말고 하나씩 해나가자. 시간은 소비했지만 결국엔 버튼을 찾았고 패드로 책을 보고 있지 않은가. 눈은 조금 더 편안해졌으니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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