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안경이 틀어져 방문한 안경점에서 구매 없이 방문한 게 민망해 괜히 볼멘소리를 하는 내게 나이가 지긋하신 안경사분께서 나긋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안경이 사랑받아서 그래요. 안경도 반려동물처럼 아끼고 사랑하면 티가 나요.”
짧은 말 한마디에 옅은 미소와 함께 마음이 몽글해졌다. 십수 년을 써 온 안경은 언제나 소모품이었다.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저렴한 안경을 사서 편하게 쓰고 반년이고 일 년이고 코받침이 부러지고 렌즈에 무수한 상처들이 생기면 쉽게 다시 구매해 썼다. 안경은 애정을 주는 물건이기보단 떠도는 공기처럼 꼭 필요하지만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물건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안경은 조금 달랐다. 처음으로 검정테가 아닌 금색테였고 동그란 렌즈에서 모서리가 둥근 네모난 렌즈의 안경이다. 게다가 비슷한 모양의 안경들을 쓰고 벗기를 반복하며 수십 분간 고민한 끝에 구매했었다. 새로운 안경을 써보자는 마음과 정성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 애정을 담아 사용하고 관리해 왔다. 비록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닌 보급형 안경이지만 괜히 정이 가는 안경이었다. 그런 안경이 사랑받은 티가 난단다. 들뜬 마음을 감추고 조금은 차분하지만 기쁜 목소리로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사님도 옅게 웃으신다. 안경을 쓰는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무언가를 느낀 것만 같아 신이 났다. 쉽게 쓰고 버리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물건에 정을 쏟는 것은 유별나다고 할지도 모른다. 어쩌겠나 정이 가는 것을. 인사를 하고 바라본 그의 안경에서도 사랑받은 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