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검진은 너무 어려워요.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숙제인 산부인과 병원에 다녀왔다. 두 달 전 생리 중에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은연중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달엔 미루고 미루다 병원에 가지 못했고 생리가 끝나면서 통증도 사라졌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다음 달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서 '아 이번엔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 바로 병원 예약을 잡았다.
당장 예약이 되지 않아 8월 초로 예약을 잡았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 사이 뜻밖의 맹장 수술을 받게 되었고 허리 통증 원인 70프로는 충수염 때문이라는 걸 알았지만 이왕 예약했으니 다녀오자 마음먹었다. 산부인과는 버스 두 정거장이면 쉽게 갈 수 있지만 워낙 겁이 많아 코로나 이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지 않은 나는 천천히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7월에는 태양 빛이 너무 뜨거워 병원 가는 일이 귀찮기도 했었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나로서는 오전 시간을 모두 병원에 써버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곧 아이 하원 시간이 다가와 병원 가는 일을 미루고 미뤘던 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바람도 적당히 불어와 나무 그늘 아래로 들어가면 시원한 느낌이 들어 걸을만하다고 생각했다.
진료예약은 오전 10시였고 빠듯하게 맞춰 병원에 도착했다. 잠깐 대기하고 있다가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 간호조무사님에게 여러 가지 진료 사전 질문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의사와 대면했던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 걸렸고 검사를 받은 뒤 현재 상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와 실비보험 처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받아 나온 시간이 대략 10시 20분이었다. 이렇게 금방 끝날 일인 것을 그동안 이래서 귀찮아 저래서 귀찮아하며 핑계가 너무 많았다.
큰 문제가 없으니 걱정 말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소 돌아다니지 않았던 길로 걸어왔기 때문에 모든 게 새로워 보였다. 심지어 병원 오기 전 바삐 걷느라 보지 못했던 배롱나무를 집에 가는 길에 발견해 반가워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다. 8월의 한낮이기 때문에 덥긴 더웠지만 오랜만에 걷기 운동했다는 뿌듯한 마음이 든 기분 좋은 날이다. 아주 약간의 시간을 나에게 투자한다면 좀 더 건강할 수 있을 텐데 그 약간 조차 나에게 허용해 주지 않는 나 자신이 참 부끄럽다.
천천히 걷다 보니 툭 던져지듯 피어있는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다. 너무 작아서 딸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나에게 온 작은 행운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에 톡 꺾었다. 소중히 손에 들고 걸으며 여름 배롱나무의 백일홍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이때 아름다운 하늘과 풀, 꽃, 나무들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