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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Aug 07. 2021

계획되지 않은 일

건강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다.

이번 여름 계획되지 않은 것 들 중에 하나는 충수염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그 수술을 받은 지 벌써 2주가 지났고 나는 어제 내가 입원했던 병원에 가서 몸에 박혀 있던 스템플러를 빼고 왔다. 수술을 받고 퇴원해서 집에 와서 일주일 정도는 진통제 때문에 속이 매스껍고 어지러워 거의 잠만 잤었는데 처방받은 약을 다 먹고 난 후에는 이 스템플러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예민한 건지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자다가도 배에 있는 스템플러가 느껴지면 몇 번이고 깨서 뒤척이며 잠들지 못했고 새벽녘에야 얕은 잠에 들어 잠깐 꿈을 꾸다 피곤하게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어제는 병원 가는 발걸음이 어찌나 가볍던지 내 몸에 박힌 것들을 제거하고 이제는 푹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오랜만에 외래 진료를 보면서 내 수술을 담당했던 교수님과 만났다. 스템플러를 제거하고 그 당시 CT를 찍었던 내 몸을 확인했다. CT를 처음 찍어봤으니 그 결과물도 이번에 처음 보는 것이다. 작은 뱃속에 장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내 몸이 맞는 건가 하는 낯선 기분도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충수돌기가 있는 쪽을 보여주시면서 그곳에 결석이 들어갔고 수술 직전에는 꽤 부어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정말 참다 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병원에 갔는데 다시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코로나 이전에 알레르기성 발진으로 큰일 날 뻔한 경험이 있어 두드러기가 올라오면 곧장 응급실을 찾았었다. 코로나 이후로는 주변에서 응급실 들어가기도 힘들고 꽤 까다롭다는 말을 들어서 아픈 것보다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서웠기 때문에 되도록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충수염으로 배가 너무 아팠던 날은 일요일이었고 응급실 말고는 달리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참자. 월요일이 되면 병원에 갈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 막상 '이 시국'에 응급실에 가보니 대단한 건 없었다. 나는 코로나 이전과 같이 환자의 입장으로 병원을 찾았고 약간 달라진 것은 들어가는 입구에서 여러 질문을 받고 정확한 체온을 측정한 뒤 들어간다는 것이다. 내가 걱정했던 것들은 한순간에 모두 날아가 버렸고 나는 응급실 배드에 누워서 진통제를 맞고 곧 편안해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픈 건 참으면 큰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내가 되었든 다른 가족이 되었든 말이다. 


2주 전 나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훨씬 좋아졌고 어제는 말끔한 기분으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건강한 몸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다시 한번 내 몸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외래진료를 마치고 나오는데 남편이 나를 데리러 병원에 와줬다. 차를 타고 가면서 간혹 보이는 배롱나무와 담장에 잔뜩 덮여있는 능소화를 보면서 여름에도 꽃이 많이 피는구나 감탄하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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