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맥주여행-라오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남아의 숨겨진 보물이었던 라오스.
꽃청춘들이 다녀간 이후로 한국의 청춘들은 모두 라오스로 떠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마음이 청춘’인 사람들 까지도. 그들은 ‘내안의 숨겨진 열정을 불태우자’ 혹은 ‘청춘이니까 배낭여행이다.’라는 생각으로 라오스를 택했지만, 내가 라오스로 떠났던 목적은 그들과 조금 달랐다.
‘비어라오(Beer Lao)를 현지에서 마셔보자’는 소박한 이유에서다.
마실수록 빠져드는 매력, 비어라오(BeerLao)
인천에서 5시간이면 도착하는 라오스 비엔티안((Vientiane). 밤늦게 도착한 탓에 몸은 고되었지만, 숙소에 짐을 던져두자마자 호프집으로 달려갔다. 라오스 전통치마인 ’씬’을 입은 예쁘장한 직원이 갖다 주었던 비어라오 생맥주 1리터와 땀막홍(파파야샐러드).
“얼음도 갖다 드릴까요?”
평상시라면 ‘맥주에 얼음이라니! ‘손사래 치며 거절했을 텐데 이날만큼은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일반 맥주의 도수는 4도~4.5도이지만, 비어라오는 5도로 도수가 조금 높은 편이라 라오인들은 비어라오에 얼음을 넣어 조금 연하게 마신다. 비어라오 한 모금을 들이키자, 톡 쏘는 청량감이 피로를 저 멀리 날려보낸다.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끝 맛만 남긴 채.
비어라오엔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 맥아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수입을 하고 호프는 독일에서 수입해서 라오스 쌀과 섞는, 쌀로 만든 맥주라는 것이다. 비어라오 생산공장은 비엔티안(Vientiane)과 참파삭(Champasak)에 있는데, 어떤 책에는 참파삭에서 만드는 비어라오의 맛이 더 좋다고 적어놓았다. 그 쪽 쌀이 좋기 때문이란다. 두 공장의 비어라오를 비교해서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마셨던 비어라오보다 라오스에서 마셨던 비어라오의 맛이 더 좋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비어라오는 라오인들의 자부심이자 일상이다. 삼삼오오 모이면 비어라오가 빠지지 않는다. 꽝시폭포를 올라가는 길에 만났던 커플, 가족들의 손에는 사람 수 만큼 비어라오 궤짝이 들려 있었다. 순하고 배시시 웃기만 하는 라오인들에게 이런 반전 매력이 있을 줄이야. 이 사람들 좀 놀 줄 아는구먼!
괜찮아, 문제없어. 보뻰양(bopenyang)
마지막 공항으로 가는 날, 숙소직원은 내게 택시를 불러주기로 했는데 택시와 연락이 되지 않았나보다. 직원이 당황해서 허둥대길래 그에게 “보뻰양” 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웃으면서 그럼 뚝뚝(tuk tuk)을 불러줘도 되겠냐고 물었다. “보뻰양”
라오인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보뻰양(bopenyang). 괜찮다. 문제없다는 의미다. 인도사람들의 노 프라블럼(No Problem)처럼 문제가 없거나 진짜 괜찮아서 하는 말이 아니다. 기분이 나빠도 화가 나도 무조건 ‘보뻰양’이다. 습관처럼 사용하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보뻰양이란 말에는 언령(言霊)이 깃들어 있나 보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들은 사람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는걸 보면.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라오스 사람들의 행복 원동력, 그 이면에는 ‘보뺀양’과 ‘비어라오’가 있기때문이 아닐까.
‘아둥바둥 빡빡하게살지마. 어차피 인생이란 다 살아지기 마련이야. ‘
김선주
철로와 맥주가 있다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여행자. 그리고 지구상의 존재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여행하고 글을 쓰는 여행작가.주류칼럼니스트 soigor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