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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Nov 10. 2018

내 고양이도 축복받은 '산책냥이'일까?

아름다운 남산을 걸었다. 내 고양이도 데려 와서 나란히 발 맞추며 걸으면 어떨까. 고양이에게 이 아름다운 남산을 보여주고 싶다. 


내 고양이는 태어난지 얼마 안돼 분양소로 갔고 2개월만에 내 품으로 왔다. 고양이가 머물렀던 곳은 태어나서 분양소와 내 집밖에 없다. 


'고양이야. 여기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단다. 너에게 나무와 풀, 흙과 바람을 보여주고 싶구나.'


나는 야심차게 하네스를 샀다. 하네스를 완강히 거부하던 내 고양이다. "싫다고!!"하면서 고양이는 하네스를 도망다녔다. 우다다다. 


어느 날이었다. 고양이랑 놀고 있었는데 고양이의 정신을 빼놓은 사이에 하네스를 채웠더니 놀랍게도 얌전히 있는 것이다. 그 뒤에도 여전히 하네스를 채워도 얌전히 있다. 천사같은 내 고양이다. 



고양이와 산책을 하기 위해 고양이를 이동장에 넣고 집을 나섰다. '고양이야. 너 근데 그동안 많이 컸구나. 2키로 넘는거지?'


노트북도 2키로가 넘으면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니는데 남산까지 고양이를 데려갈 생각을 다 했을까. 


어차피 나선 길이므로 남산까지 낑낑대며 올라갔다. 어느 정도 사람이 드물고 한적한 곳에서 고양이를 꺼내놓았다. 나의 사랑스럽고 얌전한 고양이는 짐승 특유의 본성으로 여기저기 킁킁대기 시작했다. 


킁킁대면서도 어딘가에 숨으려고 한다. 사람이 지나가거나 버스 등이 지나가면 엄청나게 겁을 먹은채 산 모퉁이에 있는 나무로 숨어버렸다. 


인도로 발맞추어 걷는 것은 고사하고 산속으로 숨어들어가기 바쁜 녀석이다. 



이래선 안된다. 이래선 다시 이동장에 넣어서 집으로 가는수밖에 없는 걸까. '고양이야. 뭐가 그렇게 겁이나니. 내가 옆에서 널 보고 있잖아. 날 좀 믿어줘.' 라고 말을 건네지만 고양이는 듣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달라고 원망섞인 눈으로 쳐다보다가 나무 틈으로 숨기에 바쁜 것이다. 산책이 이렇게도 어려운 거였구나. 

이전 06화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을 안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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