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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Dec 01. 2018

내가 사료를 주면 머리를 부비는 아기 고양이.

아침에 알람을 듣고 힘겹게 일어난다. 회사갈 준비를 한다.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긴다. 


고양이는 일찌감치 일어나있다. 내 발을 쫓아다니고 있다. 원래는 쫓아다니기만 했는데 이제는 여기에서 더 진화했다. 


고양이는 두 발로 내 발을 끌어안다가 내 양말, 그니까 내 발을 깨문다. 회사에 가지말라고 고양이는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가지말라고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

불쌍하다. 얼마나 심심할까. 나는 고양이 사료를 놓는 곳에 가서 "밥은 그새 다 먹었니?"라고 물어본다. 밥은 대부분 반정도 먹었다. 물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편이어서 거의 2/3 정도 먹는다. 


사료를 퍼다가 밥그릇에 넣어주면 고양이의 고마움의 답례를 한다. 사료를 퍼주는 내 손에 머리를 부빈다. 


"고양이. 밥 줘서 고마워?" 물어보면 고양이는 고맙다면서 배를 뒤집어 발랑 깐다. 내게 매일 밥을 챙겨줘서 고맙다고. 

매일 밥을 챙겨줘서 고맙단 의미로 배를 보여줄게.


내가 회사에 가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면 고양이가 또 붙잡는다. 요새는 두 발로 내 다리를 잡아당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다가는 내 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릴 기세다. 


"고양이야. 졸라봐도 어쩔 수 없다. 나는 회사에 가야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나는 단호하게 고양이를 떼어놓고 문밖을 나선다. 고양이는 문밖의 세계는 금기의 영역인냥 가만히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만 있다.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여서 갸우뚱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내가 이렇게 귀엽게 쳐다보고 있는데 정말 갈 것이냐? 냉정한 인간.'라고 하면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다. 


"응 냉정하게 갈것이다. 집 잘 지키고 있거라. 아가."하고 나는 집을 나선다. 



나의 귀여운 고양이. 고양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종종. 그리고 멀찌감치 서서 몰래 나를 쳐다본다. 


고양이는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는 것 같기도하다. 고양이가 취하는 동작들은 어딘가 끊어져있다. 마치 관절댄스를 추는 어떤 인간처럼. 분절된 모습을 보인다. 


가끔은. 고양이는 일부러 귀여운 척을 하는 걸수도. 고개를 살짝 기울인채. '슈렉'에서 '장화신은 고양이'가 귀여운 척을 하고 있는 것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것 같다.


"고양이야, 너 사실 귀여운 척 하는거지?" 라고 물어본다.




이전 07화 내 고양이도 축복받은 '산책냥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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