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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Nov 26. 2018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을 안하는 고양이.

내 고양이는 자꾸 귀여운 척만 한다. "야 너 일부러 귀여운 척 하는거지?"라고 말을 해봐도 그저 날 쳐다볼 뿐이다. 


고양이는 자신의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있는다. 여기가 서울인지 대전인지 알지도 못할 거다. 



고양이는 주는 밥을 먹고 논다. 놀다가 지쳐 잔다. 심심하면 나한테 와서 발랑 몸을 뒤집는다. 그리고 나한테 안겨 있는다. 


고양이는 나랑 가끔 치킨을 먹을 때가 있다. 고양이가 치킨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내가 치킨을 먹고 있으면 무릎에 올라오고 배에 올라오고 난리다. 한 입만 달라는 것이다.



치킨을 살만 발라서 주면 엄청 잘 먹는다. 그런데 고양이는 나한테 치킨을 사달라고는 하지 않는다. 치킨을 먹고 싶겠지만 우리 인간들처럼 그걸 먹고 싶어서 사달라고 한다거나 돈을 모은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그때 먹고 배부르면 끝이다. 치킨도 먹을만큼 먹으면 더 줘도 배가 부르면 입도 안댄다. 고양이는 그냥 그렇게 산다. 나랑은 다르게.


나는 내 삶을 나아지게 하려고 끊임없이 애쓴다. 공부를 계속 해왔고 직장을 얻고 나서도 더 좋은 직장에 가고 싶어서 계속 Try. Try. 실패를 겪고 또 다시 Try. 


삶을 나아지게 하려는 이유는 맛있는 치킨을 맛보고 또 한마리를 먹고 싶어서다. 그런데 고양이는 어쩌면 이렇게 욕심이 없는지. 나한테 치킨 사달라고 한번을 안조른다. (사실 졸랐는데 내가 못들은걸까?)



어쩌면 최고의 동거 생명체가 고양이일 것 같다. 엄마아빠처럼 "네 삶을 나아지게 하라는 얘기지. 나 잘되라는 거니? 그렇게 게으르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해?"라고 잔소리도 안한다. 


어떤 몇몇 친구들 지인들처럼 우리네 삶을 비교하는 얘기도 안한다. "누구는 어디 직장 연봉 몇억을 받고 다닌대. 누구는 결혼을 잘해서 집을 어디에 얻었다나."등등의 비교하는 얘기도 전혀 안한다. 


고양이는 쉽게 만족한다. 그리고 자신도 욕심이 없으니까 나한테도 뭐라고 안한다. 치킨이 먹고 싶겠지만 조르지도 않는다. 


고양이는 그저 나한테 안겨서 쓰다듬어 주면 그 자체로 만족한다. 그릉그릉. 만족한다는 표시를 저 배 깊은 속에서부터 낸다. 그-릉-그-릉.



이렇게 쉽게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생명체. 바로 귀여운 내 아기 고양이다. 생긴것도 귀여워서 애교를 부리면 나의 만족도 올라간다. 고양이는 어쩌면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별로 할 줄 아는게 없어서 귀여움을 타고 난건가보다. 


가끔 고양이가 일부러 귀여운 척을 하는 것처럼 보일때도 있다. 


"고양이야 너 혹시 귀여운척 하는거지 ? 사실대로 말해봐."라고 물어봐도 고양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냥 원래 귀여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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