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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Dec 10. 2018

왜 고양이한테 자꾸 애교를 부릴까?

고양이한테 애교를 부린다는 사실을 깨달은건 동물병원에서였다.


정상적인 여자의 말투로 수의사쌤이랑 얘기를 하고 있었다. 쌤이 고양이 꺼내놓으라고 하는순간. 갑자기 애교가 나오기 시작한다.



"고양이야 오느라 힘들었쬬오? 이제 나와도 돼요. 무서워요? 괜찮아요  나오세요"


내 목소리는 완전 애기말투에 우쭈쭈 말투가 됐다. 수의사쌤이 날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아. 내가 애교를 부리고 있었구나. 진짜 나도 몰랐다.

수의사쌤의 뜨악한 눈으로 나를 보니 다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다시 정상적인 여자의 어투로 돌아왔다. 톤도 낮아졌다.


"제 고양이가 아직 몇개월 안되서요. 애기에요."라고 수습을 한다. 정상적인 여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 고양이한테 엄청 애교를 부린다. 새삼 깨닫는다.


"고양이야~~ 나 집에 와쬬오오오~ 잘 있었오오오??" 라고 말하면서 마중 나와 있는 고양이를 안아서 쓰다듬어 준다.

"고양이야아아~ 나 넘 힘들어쬬오오오오 잘있었어요??? 뭐해떠여??? " 라고 한다. 고양이는 머리를 부빈다. 대답은 안하지만.


마치 어린 애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가를 보면서 애기처럼 "우리 애기 밥먹어떠요?? 왜 이렇게 이뽀요?"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 같다.

그 엄마들도 애기를 대하고 있으니 애기처럼 된다. 나는 동물을 대하는데 왜 ..그렇지?



여튼 집에 혼자 있고 고양이랑 둘이 있으니까 그런건 상관이 없다. 고양이는 침묵의 사나이니까 내가 애교를 부린다는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다.

동물병원 갈 자꾸 정신을 놓는다. 수의사쌤은 동물을 환자로 대한다. 사무적이다. 다만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나랑 비슷한 것 같다.


직원들도 고양이를 끌어안고 한껏 귀여운 목소리로 "우리 이쁜 고양이~~~말잘듣쬬오~~ 이리오세요오~~몸무게 재야대요오~~" 말을 건넨다. 나랑 별 다를 게 없다.


내 고양이는 침묵쟁이다. 예쁜 애기 고양이한테는 누구나 애교부리게 되나보다.  내가 이렇게 다정해지는 때는 고양이를 상대할 때 뿐이긴하다.


집에는 아무도 없고 생명체는 고양이랑 나랑 둘뿐이니. 난 고양이 앞에서 나를 내보인다.귀여운 고양이야. 우쭈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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