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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Dec 24. 2018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건.

고양이가 말썽을 피웠다. 얼마전 새로 노트북을 샀다. 동생이 다니는 회사의 임직원 몰에서 20만 원 정도 싸게 구입했다.


싸게 구입해서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내 노트북의 자판기 위에 마우스가 끼어져 있었고 뚜껑이 덮였다. 그냥 살짝 덮어져 있었다.


그 위로 고양이가 점프를 해서 올라갔다. 노트북 사이에 끼인 마우스와 고양이의 무게 덕분에 노트북 액정이 박살났다.



서비스센터에 가서 보니 수리비가 20만 원이 나왔다. 결국 제값에 노트북을 사게 된 셈이다.


아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고양이 덕분에 20만 원이 날라갔다. 그러나 뭐 화는 나지 않았다. 나는 무한대적 관용을 품고 있다. 고양이가 뭔 짓을 해도 나는 고양이를 용서한다.



고양이는 말썽을 조금씩 피운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까 청소기가 하루종일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거나.. 갑자기 세탁기가 혼자서 세탁을 하고 있다거나..


집에 있는 화분의 잎사귀나 꽃들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 있고 화분이 박살나서 깨져있다.. 그릇들은 깨져서 유리조각으로 변해있다거나 등등..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는 분노같은 것은 없다. 그냥 '고양이야. 왜 그랬어. 귀찮다. 치우기 너무 귀찮아.'라고 생각할 뿐이다.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고 있는데 가끔 내 사랑에 내가 놀란다. 고양이에게 한없는 애정과 관용을 보여주는 내 마음이 놀랍다. 어쩌면 이렇게 짜증도 안내고 화도 안내고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걸까.



내 자신에게도 나는 화를 자주 내고. 또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화를 내며..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사람한테도 짜증이 나는데.


내 마음에 둥둥 떠다니는 작은 사랑의 조각은 고양이에게로 모아진다. 나의 흩어져 있는 사랑의 조각은  고양이한테 모아져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배려와 관용이 생기게 된다.


어쩌면 내 사랑의 조각들은 내 마음의 귀찮음과 배려없음 짜증과 분노로 차있어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집에 오면 비로소 얻게 되는 평화로 사랑의 조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걸까.


나의 사랑에 내가 가끔 감동을 한다. 감동하면서 나 자신에 대한 미움도 없애보려고 노력한다. 고양이의 실수는 관용하면서 나 자신을 비롯한 타인의 실수에는 예민하지 말자고. 뭐 그런 다짐을 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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