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잎 Jan 22. 2019

내 아빠는 내 고양이를 극혐한다.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를 엄마 아빠는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미워하고 싫어한다. 


엄마 아빠는 고양이를 자주 갖다가 버리라고 한다. 냄새도 나고 털도 날리고. 똥에서도 냄새가 난다고 한다. 나한테도 몸에서 고양이 냄새가 난다고 싫어한다. 내가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질색을 한다. 


고양이가 엄마아빠한테 다가가면 질색을 하면서 저리 치우라고 한다. "이리 못오게 해! 갖다 버리지 왜 계속 키우냐? 쓸데없는 것."



아빠는 종종 내게 "너한테 냄새가 나. 너가 기자니까 사람들이 너한테 말을 안하는거지. 너한테 몸에서 지독한 고양이 냄새가 나."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한국어를 할줄 몰라 다행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 옆에서 식빵 자세로 웅크리고 있다. 너무나도 얌전한 고양이다. 


고양이는 아무소리도 듣지 못해서 얌전하게 앉아있을 뿐이다.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 고양이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도 모른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웅크리고 앉아있다. 나는 고양이를 쓰다듬는다. 불쌍한 고양이. 말을 할 줄 몰라 어찌나 다행인지. 



내가 관심이 있는 것, 내 관심이 모인 곳, 내 사랑을 쏟는 곳에 타인이 무관심한다든가 아무런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면 당연히 화가 난다. 


내 사랑스러운 고양이인데 어찌 이렇게 사랑하지 않고 싫어할까.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일 뿐이다. 그 사람이 꼭 내 고양이를 사랑해야하는가? 아니 전혀. 그 사람 마음이지. 내 고양이는 내가 사랑하니까 그걸로 됐다. 


내가 자식이 있는데 그 자식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쓰릴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 사람 탓인가? 아니다.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인간은 지구상에 아빠가 유일하다. 내 아빠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한다. 누구도 내 아빠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빠는 고양이를 비롯한 모든 동물을 극혐하지만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캣타워를 조립해줬다. 아빠는 고양이는 매우 극혐하지만 나를 매우 사랑한다. 사랑하는 이의 부탁이니 캣타워를 조립해준다. 그것이 어떤 용도인지도 알지만 기꺼이 해준다. 



아빠는 나를 싫어하는 인간을 발견하게 되면 슬플 거다. 그러나 나를 싫어하는 인간은 자기 마음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아빠의 사랑은 오직 아빠의 것이다. 누구도 날 그만큼이나 사랑하지 않는다. 


인생에는 경중이 있다. 경중. 무겁고 가벼운 것.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다. 내 살길은 내가 헤쳐나가는 것이고, 내가 맡은 일은 내가 해내야 한다. 


돈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좌절했다. 나는 아주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아주 좋은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대학시절에 누릴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아주 좋은 대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좋은 시급의 과외를 구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위해서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상황때문에 매우 오랫동안 괴로워했다. 


아주 오랫동안. 존재론적 질문까지 했다. 나는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삼킬듯이 읽었다. 책의 문장, 그리고 작가의 생각들을 다 삼켜버릴 듯이 아주 오랫동안 탐독을 했다. 


작가들은 대개 생각이 깊고 아주 유연하다. 아주 유연하고 세심하다. 나는 그 문장에서 위로받았다. 나는 날마다 도서관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날마다 글을 썼다. 


나는 괴로웠다.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다. 27세에 죽어버린 수많은 아티스트같이 인생을 끝장내버리고 싶었다. 아침이 뜨면 해가 떠서 괴로웠고 마음은 아주 슬픔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분노와 절망과 슬픔이 내 인생 전부였다. 그뿐이었다. 오로지 내 낙은 책 읽는 것, 그리고 먹는 것이었다. 


아주 깊은 우울에 잠겨서 아주 깊은 슬픔과 함께 . 그렇게 지냈던 인생은 언제 끝났던가. 어떻게 끝났었지. 그건 어떤 한 남자때문이었다. 



이전 12화 거의 완벽한 내 고양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