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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아루츠키 Mar 11. 2023

햇빛샤워 중국미술관中国美术馆

[回梦到北京] 미술관 옆 어이지는 길  

珍惜你的低谷,你会看到很多真相。时间能渡的,都是愿意自渡的人,没有谁的人生一帆风顺,低谷期的苦难,就是为了积蓄力量,哪怕是裂缝里透出的光,也要牢牢抓住,然后生出向死而生的勇气。


자신의 바닥을 소중히 여기면 많은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은 스스로 건너려는 사람들에 의해 건너갈 수 있다. 모든 인생은 순탄하지 않으며, 어려움과 슬럼프는 힘을 모으기 위함이다. 갈라진 틈에서 빛을 찾아내어 그것을 꼭 잡고, 생사를 이겨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처음 베이징에 남편을 만나러 갔을때, 숙소 근처에 굉장히 화려한 동양적인 건물이 있었다. 사원이나 절같아보이지 않았는데 도심 한복판에 저런 건물이 있네 하며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자금성은 아닐테고, 뭘까라며 한참을 궁금해 했다. 당시엔 중국 지도를 보는 방법도 몰랐고, 중국어도 몰랐고 어플도 몰랐기때문에 항상 뇌리에만 박혀있을 뿐 알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기억나는건 근처에 동쓰东四站라는 이름을 가진 지하철뿐이었다.


베이징살이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고, 그 사이 난 생활여행자가 되어있었다. 그러다 처음 남편이랑 갔던 곳을 찾아가게되었다. 그 신비로웠던 건물이 동쓰쫜 근처에 있었던 것 같은데 하며 돌다가 발견한 건물, 바로 중국미술관이었다.



중국 미술관은 이 장소 하나만으로도 나에게 큰 영향력을 끼쳤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세계 거장들의 작품도 그렇고 아무때나 가도 좋은 작품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베이징 유랑을 함께하던 효연언니와의 즐거웠던 일화도 있는데 언니와 중국미술관 건너편 璞瑄酒店의 푸춘쥐富春居에서 동양적인 런치를 먹고 이후 뭐할까 하다가 중국미술관에 가게되었다. 1층에서 열리는 탕화전을 보고 다른층으로 올라가니 굉장히 큰 전시처럼 느껴지는 작품이 있었다. 어떤 사람의 작품일까하며 관람을 시작했는데 작품마다 개성넘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귀여운 동양화였다. 동양화라고하면 금수강산을 많이 그리고 큰 작품들만 봤는데, 이 동양화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들로 가득했다. 나팔꽃, 새우,금붕어, 나비등등 그래선지 더 마음에 와닿고 이뻐 집에 돌아가면서 굿즈샵에 들려 카드를 샀던 기억이 있다.



알고보니 세계 10대 거장으로 선정된 중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중국화의 거장 치바이스의 작품이었다. 이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작가임을 몰라보고 귀엽다 하면 웃으며 봤던 내가 좀 부끄럽기도 했다. 치바이스는 40세무렵까지 고향에서 소목장(小木匠)을 업으로 하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그림을 그리다가 이후 독학과 사교육을 통해 화초·영모(翎毛:가축이나 가금)·초충류(草蟲類)의 명수로 알려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송(宋)·원(元)의 그림에 촉발되고, 육방옹(陸放翁)의 시에서도 자극을 받아 시. 서.화를 배운 후 그 당시에는 드물게 시(詩)ㆍ서(書)ㆍ화(畵)ㆍ각(刻)에 모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당대 최고의 경지에 올랐으며, 자신만의 조형언어 세계를 구축하며 그림으로는 새우, 병아리, 개구리, 꽃, 곤충, 배추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수묵화를 그려 농민화를 신문인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며 중국 근현대미술을 혁신시킨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게 된다. 치바이스를 공부하면서 베이징은 더욱 날 끌어당겼다.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고, 중국에 한발짝 다가가게 만든 따뜻한 햇살을 가진 중국미술관이었다.



중국 미술관을 자주 찾았던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을 보러 가는 것도 있지만 주변 후통을 돌아다니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날씨가 좋은날 햇빛샤워가 필요하면 난 어김없이 후통을 향했다. 앞서 말한 우다오잉후통이나, 국자감, 스차하이등 많은 후통이 있지만 중국미술관 뒤쪽의 첸량후통钱粮胡同 속에 감춰진 매력적인 핫스팟들을 찾아 헤메는 재미가 있었다. 꾸며지지 않은 날것의 동양적인 베이스에 현재의 시간이 덮혀진 이 곳은 나에게 더없이 즐거운 놀이터가 되주었다. 중국인들의 실제삶에 들어가 본적이 없기에 항상 그 영역은 미지의 세계였고 사람사는건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옛가옥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못내 궁금했었다. 가끔은 이렇게 궁금함에 찾아오는 나같은 사람들때문에 저 사람들의 삶이 방해받는건 아닌가 싶었는데 다년간 놀러다닌 결과 후통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모습을 그냥 그대로 받아주었다. 외국인이건 지방사람이건 모두들 후통을 좋아했고 궁금해했고 알고 싶어했다. 후통에 사는 사람들에겐 이미 습관이 되었고 이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았다.



미술관에서 나와 첸량후통钱粮胡同쪽으로 가다보면 독특한 외관의 까페가 보인다. 산리허공원三里河公园에서 만났던 푸산카페fu3福叁咖啡였다. 산리허공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지만 동양적 인테리어에 플렌티리어로 꾸며진 카페는 중국미술관의 분위기와도 닮아 있었다. 첸량후통钱粮胡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찾는 음식점은 수수苏苏였다. 이름은 쑤저우음식처럼 보이지만 베트남 쌀국수 집이다. 후통가옥을 개조한 이 음식점은 정말 비밀스럽게 골목 끝에 숨겨져 있었다. 음식점 안은 굉장히 고즈넉하고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주는데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며 우리만의 공간같은 느낌이 들어 여기서 미니 웨딩을해도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수수의 본점답게 정말 음식도 맛있었다.



첸량후통钱粮胡同에있는 대표적인 건물인 융복사 隆福寺는 융복빌딩隆福大厦 옥상에 위치한 융복문화센터隆福文化中心로 4채의 고건축 양식이 조성되어 있고, 공공행사장소를 진행하는 곳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용복사 주변은 예술문화혁신 체험구로 지정되어 있어 오피스, 미술관, 레스토랑, 호텔등이 들어서고 있다. 융복사열리는 다양한 전시회도 좋지만 체험구에 있는 京A Taproom 隆福寺店을 가장 좋아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동양적인 용복사隆福寺에서 내려와 이질적이고 힙한 京A의 맥주를 마시는 느낌은 베이징이 아니면 또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재미있는 발상이 가득한 베이징이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지역상품을 파는 상점은 위에는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맨 꼭대기층에 올라가면 중국미술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다도실이 있었다. 비오는 날 방문한 이곳에서 한참을 중국미술관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나눈적이 있었다. 이 곳에서 길을 건너 단기서의 관리부가 있는 방향으로 걷다보면 난양후통南阳胡同으로 가면 메탈헨즈가 나오는데 다른 메탈헨즈 커피숍과 달리 복합적인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브런치도 먹을 수 있고 서점도 있으며 위에 오피스에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밀집해있었다. 후통의 건물들은 겉에서 보기엔 수수해보지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세상과 또 다른 삶을 만나는 신비로운 세계였다. 나의 후통은 용허궁 앞 오다우잉 후통에서 시작되어 베이뤄구샹과 난뤄구샹을 지나 쳰량후통을 거져 중국미술관에 도착하면 자금성까지 한걸음에 내달릴 수 있었다. 모든 길은 그렇게 이어져있었다. 실은 후통은 모두 다 이어져 어디든 갈 수 있는 길이었다.



중국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며 내면을 채우던 시간은 타지에서 낯설고 불안한 삶에 용기와 응원을 건내며 즐길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건강하고 풍부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고 내가 바라는 내 모습, 내가 가야할 방향같은 주관도 세울수 있었다. 이 시간이 있었기에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중국미술관에서 쭉 걷다보면 난뤄구샹까지 이어지는 후통의 길에서 어떤길로 가든지 내가 아는 길로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며 삶도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베이징에 오고 난 후 내 길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문을 닫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내 꿈마저 사라져버린 느낌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의 후통은 이어져있는 수많은 골목길은 계속 나에게 걸으라고 하였고, 나 스스로도 자신을 믿고 나아간다면 스스로의 길이 생기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후통 역시 처음엔 모르는 길이었고, 앞이 막힌 듯한 길이었으나, 보이지 않는 길 숨겨져 있었다. 후통의 미로 같은 길은 걷다보면 다 통하고 이어져있었다. 막혀 있으면 돌아나오면 된다고, 뒷걸음쳐도 된다고, 모두 이어져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후통의 골목은 나에게 속삭였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 하고자하는 목표, 내가 바라는 나를 꿈꾸며 걷는다면 내 길이 생기고 나만의 후통이 생기는 거라고 그 좁고 긴 골목을 알려주었다. 삶은 후통처럼 이어지고 이어진다. 햇빛샤워를 하며 양광을 온몸으로 맞던 그 골목에서 어렸던 나는 조금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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