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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Jan 16. 2023

일상일기(34) 친히 전화


자취하는 아들이 

외할머니, 당숙 할아버지, 큰 아버지, 고모, 삼촌 등

친척 어른들에게 새해인사 전화를 했다고 

친척들에게서 안부 전화가 왔다 

요즘 애들 같지 않게 새해 인사를 

“친히 전화”까지 했다면서 

아들 잘 키웠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이시다.


한우상자 안고 직접 찾아뵌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감동할 일인가 싶지만 

요즘 MZ세대에게 폰포비아( 전화공포증 )가 많아서 

당신 아들의 목소리  듣기도 쉽지 않은 형편에 

친히(?) 전화를 했으니 친척 어른들께 뉴스거리였나보다  


하긴 요즘 대화가 부담스러워서

사무실에서도 얼굴 맞대어  말로 하면 되는데

각자 PC 모니터에 대고 채팅만 하고

전화로 5분만 대화하면 될 일을

하루를 두고 이메일을 주고 받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상사, 동료, 후배, 거래처와도 

즉시적인 전화통화를 해야 하는데 

문자는 주고 받을 지언정

전화통화는 가능한 피하는 경우가 늘어서  

기업의 신입사원 입문 교육에 

전화 공포 대처법을 교육하고 있다 


왜 전화통화가 부담스럽냐고 물으면 

상대에게 방해될까 두렵고 

대화 중에 말이 끊겨 침묵하는 순간이 두렵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로 말실수 할까 두렵단다

“ 두려울 것도 참 많다 , 하다보면 실수도 하는 거고 

  그러면서 친해지는 거지, 그게 뭐 무서울 일이라고 “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싶다가도... 


2023년 사업이 잘 풀릴 수 있을까? 

매출이 안 나면 어쩌지? 

직원이 관두면 어쩌지? 

프로젝트 수행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두렵다 하는 내게 


창업한지  20년 넘어 산전수전 공중전 겪은  선배가

“ 두려울 것도 참 많다 , 닥치면 다 하게 되는 거지 

  사람 죽고 살 일 아니다, 더 큰 일도 쌔고 쌨다

  그게 뭐 무서울 일이라고.. “

대수롭지 않게 말할 때가 떠오른다


사람에겐 다 자기에게 감당하기 벅찬 두려움이 있다. 

누구에겐 별거 아닌 것이 

누구에겐 죽을 만큼이나 두려울 수 있고 

누구에겐 애들 장난 같은 것이

누구에겐 벼랑 낭떠러지에 선 기분일 수도 있다.

그 어떤 것도 내 기준에서

하찮다, 사소하다 넘겨짚어서는 안될 일이다. 


여하튼 우리 아들은 

“요즘 애들”이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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