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by 낭만 언니

나이가 들어서 좋은 거?


살면서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습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게 하나 딱 있습디다.


내 감정에 사로잡혀

참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젊을 땐

바로 폭발시키고 터뜨려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하지만 직성만 풀리지

돌아오는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잠시 하늘을 봅니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어봅니다.


그래도 진정이 되지 않으면

눈을 감고

다시 하나, 둘, 셋을 셉니다.


그러고 나면 미칠 것 같던

감정도 김이 빠져 시들해집니다.


더 이상의 나쁜 일은 생기지 않더라고요.

- 글쓰기 수업 참가자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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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은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친한 친구에게도 꺼내 놓지 못한 이야기가

스스럼없이 나올 때가 많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암튼 일하다가 갑자기 하늘을 쳐다봤어요.


근데 갑자기

목구멍까지 뭐가 꽉 차오르는 것 같았어요.

금방이라도 울컥 쏟아질 것 같은 울음.

토해내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그런 눈물.


그렇게 30여분을 엉엉 울었어요.

사람들이 보거나 말거나

주체할 수 없는 울음에 당황했지만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한참을 그러다 그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밀려들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나?

나는 뭐지? 돈 버는 사람인가?

일만 하는 사람인가?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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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성질은요.


저는 성질이 불 같아요.

그렇다고 정의의 사도, 뭐 그런 건 아닙니다.


무례하거나, 뻔한 이야기,

했던 이야기만 내내 반복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만 보면

속에서 불이 나서 미치겠습니다.


젊을 땐 그런 사람과 부딪히면

참지 못하고 부르르 타올랐죠.

내가 잘한 것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남의 일에 무슨 상관이냐며

잔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쩝니까.

태어나길 그렇게 난 걸.


그래도 이제 나이 먹고 나니

젊을 때처럼 그렇게

파르르 달려들진 않습니다.

아니, 요새는

일부러 못 들은 척 못 본 척합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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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흔치 않은 것 같다.


나는 늘 진짜 나의 모습이 어떤지 헷갈린다.


어떤 날은 세상 마음 넓은 천사 같다가도

어떤 날은 옹졸하기 그지없는 쫌생이가 된다.


사람은 마음이 우선이지 돈이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사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데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건

사춘기 때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연령제한이 없다는 걸

매일 깨닫고 있다.


사는 게 뭔지

사람이 뭔지

돈이 뭔지

인생이란, 참...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매일 배운다.


꾸미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은 마음

무심하게 꺼내는 담담한 속사정


그런 자리에 곁을 내준 분들이 있어

가슴이 몽글거린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하루가

누군가에겐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듯이


나의 보잘것없는 하루가

특별한 날로 기억될 수 있게

해주는 분들이 있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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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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