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6시45분.
-안녕.
-어서 와.
-일찍 왔네. 내가 제일 빠를 줄 알았는데
-6시 되자마자 퇴근했더니 내가 일등이네.
한달에 한 번 보는 얼굴들.
반갑다.
앉마마자 몰려오는 허기에 메뉴판을 집어들었다.
-먼저 시킬까?
-그럴까
밑반찬이 놓여지기 무섭게 젓가락을 들었다.
서비스로 나오는 찌개를 불에 올렸다.
- 무슨 찌개가 이렇게 맛있니? 밥이랑 먹음 딱인데.
-나도 밥 생각 나던데
서둘러 공기밥을 주문했다.,
-얼굴이 반쪽이네. 많이 먹어.
-뭐래?
-저번보다 얼굴이 못한데.
-몸무겐 그대로다.
아줌마들의 수다가 시작됐다.
모듬 곱창
소대창에서 나온 기름이 부추와 뒤섞이며
고소한 냄새에 정신줄을 놓은 사이
전원 출석이다.
-맛있겠다.
-어서와. 배고프겠다.
-얼른 앉아. 마실 거는 뭐 할까?
-한달 사이에 다들 왜 이렇게 살이 빠졌대?
-빠지긴. 빠졌음 좋겠네
-인생 최대 몸무게다
쉬지 않는 젓가락질과 함께
앞다투어 자신의 살찜을 자랑했다.
-여기 맛집이네. 왜 이렇게 맛있니?
-마늘이랑 청량고추 더 주세요
-뱃살이 장난 아니야.
-배만 나옴 다행이게.
-허리도 아프고, 발목도 시큰거린다.
-네가 살이 어딨다고 그러니?
-모르는 말씀. 임신한 줄.
-그대로구만. 어디가 쪘다고 그래
-살도 없는 사람이 더해
-저기요, 모듬 곱창 하나 더 주세요.
-아는 언니 중에 진짜 애주가가 있거든요. 진정한 혼술파.
저녁 먹을 때 꼭 반주있어야 되고.
밤마다 한잔씩 마셔야 잠이 온다고 그랬거든요.
얼마 전에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 언니가 살이 쏙 빠진 거에요.
살 빠졌다는 이야기에
다들 솔깃해졌다
-살도 살인데요, 술 생각이 안난다고 하는 거예요.
그 언닌 다이어트 할 때, 밥은 안 먹어도 술은 먹던 언니거든요.
근데 아예 술 생각도 안 나구요. 먹기도 싫다는 거예요.
마운자로 맞고나서부터요.
-마운? 뭐?
-위고비 그런 거?
바빴던 젓가락이 일시 정지다.
-그게 뭔데?
-살 빼는 거?
-괜찮은가?
-연예인들 하는 거?
-마운자로 맞고 10 킬로그램 정도 빠졌는데,
놀라운 건, 술 생각이 아예 안난다는 거예요.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하고, 힘들어서 술맛도 없고,
술 생각도 안난대요. 그래서 맞아보려구요.
모임에서 제일 어린 친구.
우리 중에선 피부나 성형에 관해선 척척 박사님이었다.
그녀가 내놓는 뷰티 관련 소식들은
언제나 우리들의 관심 집중!!
-뺄 데도 없는데
-아유, 없긴요.
-괜히 몸만 축나는 거 아냐?
걱정 반, 부러움 반.
고소한 곱창 냄새 사이로 다이어트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자면
제일 큰 즐거움이
먹는 게 아닐까 싶은데.
먹는 낙도 없다면?
살 찌는 것도 두렵지만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것도 싫다.
밥정
술정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을까?
먹으면서 쌓이는 정다움이 얼마나 큰데.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은 절대 이해 못 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자기 관리를 운운한다면 더더욱 할 말은 없어진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못 먹어본 건 너무 많다.
날씬한 몸매를 꿈꾸는
식탐가의 넋두리라도 좋으니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맛있으면 0칼로리!
포기하는 게 많아지면 낙도 줄어든다.
즐겁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