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by 낭만 언니

냉장고에 남아 있던 캔맥주를 꺼내 마셨다.

오랜만에 비가 내린다. 폭우도 이슬비도 아니라 좋다. 빗자국 가득한 창가에 다가가 비에 젖지 않을 만큼 문을 열고 방충망도 밀어냈다. 하염없이 바깥을 내려보다 보니 바깥의 풍경보다는 빗방울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후두둑 두두둑.


좋아했던 음악이 생각나 지나간 플레이리스트를 뒤졌다. 쇼팽의 이별의 곡(Tristesse : Etude, Op. 10.No.3). 임윤찬이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 반복 재생을 눌렀다.

처음엔 담담했고 두번째는 아련했다. 맥주 한 모금에 오른 달아오른 눈가와 목 언저리에 빗방울이 조금씩 번졌지만 열린 창가에 우두커니 있다.


아, 좋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하루였는데 모든 게 좋은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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