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메모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결 Apr 21. 2023

무과(無果)의 꽃

벌들은 어디로 간걸까

무과(無果)의 꽃



북쪽 먼지바람 몰아치는 세상에도

여전히 봄날 피어나는 꽃들은 아름답지 아니한가요


어느덧

복수초꽃이 피었다가

매화꽃이 피었고

개나리가 피었고

벚꽃이 피었다 지고 있습니다


어느덧

유채꽃이 피고

철쭉이 만개하고

아카시아 꽃이 달콤히 피어나겠습니다


피어난 꽃들은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 해야 합니다

너와 내가 만나 

손을 잡고 입과 눈을 맞추며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날아가듯한 하룻밤의 쑥쓰러움처럼

꽃들도 사랑을 해야합니다.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허나

만개한 꽃들이 저물어가는 짤막한 세월에

공허한 슬픔으로 지새우는 꽃들의 기나긴 밤입니다


나라는 꽃이

너라는 꽃에게

사랑을 전해줄 이가 오지 않는 날들이기 때문이지요


수십년을 이 자리에 뿌리내려 피고지며 살아왔다만

내 사랑을 전해주던 꿀벌님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우질 않네요


지난 겨울이 버거웠던 것인지

어딘가 아픈 날갯짓으로 떨고 있는 것인지

내 사랑을 전해줄 당신이 오지 않음에 

사무치는 애달픔으로 나는 울어버렸습니다


당신을 탓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나는 올해도 그저 아름답게 피었다 져버릴 모양입니다

내가 떨어져내린 자리에는 아무런 열매가 맺히지 못하고

나는 그저 아름답게 피었다 져버릴 모양입니다


저는 무과(無果)의 꽃이 되어버렸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