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의 진국은 시간이 푹 우려진 맛,
사람의 진국은 알수록 속이 깊은 사람,
식물의 진국은 바로 파키라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파키라는 내가 키우는 식물 중 셋째다.
이사 올 적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
직접 데려온 아이였다면
이름도 금방 기억하고 특징도 잘 알았을 텐데
파키라라는 이름이 익숙해지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다.
워낙 무던하고 물도 자주 안 먹는 친구라
다른 아이에 비해 마주치는 횟수가 적었다.
늘 덜 챙겨준 것 같아 미안했었는데
그런데도 알아서 쑥쑥 이파리를 피워낸다.
짤 둥 잘린 기둥에서 열심히 얇은 가지를 쭉쭉 뻗어낸다.
키도 이파리도 폭풍 성장한 요즘 파키라를 보고 있으면
얼마나 고맙고 대견한지 모른다.
‘난 한 것도 없는데’
처음엔 작고 귀여워만 보이던 파키라가
요즘은 환골탈태한 듯 이전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더 피워낸 여러 개의 이파리 겹겹에선
인공적으론 흉내 낼 수 없는 조화로움이 묻어나고
특유의 이 여린 녹색 이파리는
빛을 받으면 한결 더 반짝인다.
원래 파키라가 이렇게 이뻤나? 싶어
구글링을 이리저리 해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 집 파키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이쁘다는 것을
아직 어린 식물인데도 이리 아름답다니
한 것도 없는데 옆에서 이리 빛나 주다니
키울수록 이 친구는 정말 진국이구나 느낀다.
논리적으로 식물의 진국에 관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진국을 대표하는 식물을 말하기엔 난 너무 초보지만
우리 집 파키라를 설명할 단어는 진국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아는 식물 중엔 파키라가 제일 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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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울수록 진국
식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