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머물던 공간엔
어쩐지 너는 화장실이 아닌 곳에
똥이나 쉬를 저질러 놓고는
잘못한 것을 아는지 꼬리를 내리고 덜덜 떨었다.
평소에 부르면 잘 뛰어오더니
그런 날은 아무리 불러도 코빼기도 안 보였다.
잘못을 아는 것처럼
당연하지!
너는 우리 집 처음 온 날에도
겨우 2개월밖에 안된 아가였는데
낯선 집 화장실에 볼일을 보던 똑똑한 애였으니!
어떤 날 그렇게 저지르나 가만 생각해보면
늦게 들어왔을 때,
더 늦게 들어왔을 때,
너를 혼자 오래 뒀을 때,
우리가 기다려도 오지 않았을 때...
그래서 너를 혼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똑똑한 아이가 저질러 놓은 건
실수가 아니라 표현이었으니까.
말 못 하고 착한 네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불만 표시였으니까.
네가 없는 지금은
물론 지나다 쉬를 밟는 일은 없어.
집안에선 꼬릿 한 냄새가 나지 않지.
이불이나 소파 위도 마음 놓고 누울 수 있어.
근데 난 네가 있던 공간이 좋았어.
'쾌적한 공간'과 '네가 있던 공간'은 반대말이 아니야.
쾌적한 지금의 공간은 네가 없는 공간일 뿐이지.
우리가 너를 혼자 두는 일이 없었다면
네가 그렇게 덜덜 떨며 불만 표시를 할 필요 없었을 텐데
이 글을 적으며 새삼 미안해.
그래도 그시간 그리워.
쉬를 밟아도 너의 온기가 머물던 공간.
-
네가 두고 간 온기
너의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