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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트앤너트 Oct 24. 2021

<제 12장>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

 이번 장부터는 시제품 제작(Mock-up)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시제품을 제작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크게 3가지로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3D 프린팅, CNC 목업, 그리고 실리콘 주형입니다.


 3D 프린팅은 최근에 메이커스페이스를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4차 산업 혁명 분야를 선도하는 주축들 중 하나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3D 프린팅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은 적은 것 같습니다. 크게 어려운 것도 없지만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만큼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쓰이는 3D 프린팅의 방식을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D 프린팅은 사실 1980년대부터 존재했던 기술입니다. 하지만 거의 2015년이 되어서 제대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왜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존의 3D 프린터는 존재는 했으나 가격이 비싸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단가의 감소로 그 실용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100만 원도 안 하는 3D 프린터도 존재해서 가정용으로도 3D 프린터가 판매되기도 합니다. 3D 프린터는 그저 피규어나 모형을 뽑는 데에만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항공 부품이나 선박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부품을 제작하는데 MOQ(Minimum Order Quantity) 때문에 너무 많은 개수의 부품을 구매해야 한다면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요구 때문에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항공기나 선박에 쓰이는 소량의 비싼 부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3D 프린터가 왜 쓰이는지와 왜 각광을 받는지 알게 되었으니 과연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3D 프린팅의 종류는 SLA, DLP, MJM, FDM, DoD, EBM 등 다양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많이 쓰이는 FDM과 SLA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FDM은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3D 프린팅 방식입니다. Fused Deposition Modeling의 줄임말입니다. FFF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노즐을 고온으로 가열하여 고체의 필라멘트를 녹여서 층별로 각 층에 해당하는 단면들을 적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최근에 보급되고 있는 3D 프린터가 거의 대부분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SLA는 Stereo Lithography Apparatus의 줄임말입니다. 이는 레진이라고 하는 소재를 레이저로 굳혀서 출력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레이저로 진행되기 때문에 노즐로 필라멘트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훨씬 세밀하고 부드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비용이 저렴하지 않고 후처리를 거칠 때까지 유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하지만 부드럽고 질감이 좋기 때문에 주로 애니메이션 피규어나 캐릭터들을 출력할 때 사용됩니다.

 CNC 목업은 무엇일까요? 3D 프린터와는 다르게 CNC는 친숙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CNC는 Computer Numerical Control의 줄임말입니다. 컴퓨터 수치 제어를 통해 목업을 진행한다는 뜻입니다. 주로 기계 날을 이용해 재료를 깎아내어 출력물을 만드는 기기를 CNC 장비라고 부릅니다. ABS 등의 비철금속, 철금속을 엔드밀(Endmill)이라는 절삭공구를 통해서 제품을 제작합니다. 목업뿐만 아니라 금형에도 사용됩니다. 가격은 거의 제일 비싼 축에 속하게 됩니다.

 실리콘 주형은 무엇일까요? 먼저 CNC와 같은 기계로 목업을 깎아서 실리콘 주형을 만듭니다. 이후에 그 주형에 실리콘을 부어서 시제품을 약 10-20개 정도 뽑아보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개수를 고퀄리티로 뽑을 수는 없지만 시제품을 빠르게 뽑아서 테스트하기에 적합합니다. 가격은 주로 개당 10-30만 원 정도이고 제품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크게 비싸지 않은 것이 장점입니다.


 크게 3가지의 시제품을 제작하는 방법을 소개해드렸습니다. 3D 프린터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모르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것과 깊게 연관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시는 분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 한 클라이언트 분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클라이언트 분께서는 초음파 안경 세척기를 3D 프린터로 제작해서 판매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저렴한 3D 프린터, FDM 방식으로 제작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 사업이나 실제 시연을 목적으로 제작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디자인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FDM의 경우 결이 다 보이기 때문에 후처리가 필수적입니다. 그 위에 도색과 후가공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모든 과정에 인건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제대로 흔히 말하는 ‘예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CNC 가격만큼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SLA같은 경우에는 표면이 매끄럽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구성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3D 프린터로 시제품을 진행하는데 목적에 따라 한계가 존재하게 됩니다.


 3D 프린터로 집도 짓고 비행기 날개도 만드는데 왜 간단한 시제품을 못 만드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말만 들어보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비교의 기준을 세우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기계를 써야합니다. 15 억 짜리 산업용 기계와 보급용 100 만원 단위의 퀄리티 차이는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이 중요한 것도 문제입니다. B2C 제품은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품마다 결이 남아있게 된다면 투자자나 심사위원에게 어필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포터도 이런 문제를 가중시킵니다. 3D 프린터는 오차 범위가 0.2mm 정도입니다.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오차 범위입니다. 그리고 정밀한 작동을 구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3D 프린터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시제품 제작 및 보조용을 넘어가기 힘듭니다. 결국 비용이 비싸더라도 3D 프린터가 아닌 다른 목업방식으로 정밀 테스트 이후 금형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은 말씀해드린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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