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장에서 목업 시에 정밀 구동 등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CNC 목업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CNC는 비용이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CNC를 싸게 진행할 수는 없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CNC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CNC의 과정에서는 황삭, 황잔삭, 정삭, 정잔삭의 4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대충 깎고, 대충 잔처리를 하고, 정밀하게 깎고, 정밀하게 잔처리를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팁을 아셔야 합니다.
첫 번째는 가공면을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공면을 말씀드리기 전에 다른 것을 먼저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주로 3축 CNC를 이용합니다. 5축 CNC는 XYZ축을 제외하고 2개의 축이 더 있어서 바닥 면이 움직이게 됩니다. 반면 3축은 그렇지 않습니다. 차이가 어떤 것인지 감이 오셨을까요? 3축과 같은 경우에는 윗 면만 깎습니다. FDM방식의 3D 프린터를 보신 분이라면 이해가 빠르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D 프린터를 생각하시면 노즐이 각 시점의 z축에 값에 대해 x와 y방향으로 노즐이 움직이면서 적층을 진행하게 됩니다. 즉,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면서 프린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진행하고자 하는 면을 바꾸기 위해서는 중간에 기기의 작동을 멈추고 면을 바꾸어 준 뒤에 다시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과정 자체가 불가능한 기기들도 많습니다.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해당 작업 비용과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모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믹서기를 만들고 싶다고 가정합시다. 믹서기에서 측면에 타공을 뚫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에 만들던 작업 이외에 측면 타공을 만드는데 비용과 시간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진행하는 면을 바꾸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는가에 대한 부분은 별개입니다. 5축을 사용하게 되면 이렇게 가공면을 바꾸어 주는 과정을 CNC 기계가 자동으로 진행해 주게 됩니다. 사람이 진행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기기가 변경하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확률이 현저하게 적어지고 효율성이 증대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CNC의 4가지 기능에 대해서 돌아와서 다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황삭은 보여주는 외부 면은 면밀하게 깎아내고, 보이지 않는 내부 면은 덜 정밀하게 깎아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황삭만 진행하면 꺼끌꺼끌하게 잘립니다. 예시를 통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누구나 종이를 가위로 오려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백이 많은 그림을 오리게 되면 우리는 먼저 하얀 부분을 대충 크게 오리고 그 이후에 정밀하게 오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황삭과 황잔삭도 비슷합니다. 황삭으로 큰 여백이 큰 부분은 빠르게 깎아내고, 황잔삭으로 더욱 세밀하게 깎아내는 것입니다. 정삭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마무리를 하기 전 작업까지 진행하고 그 이후에 세밀하게 출력물을 다듬는 것이 정잔삭입니다.
두 번째는 입률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CNC를 진행할 때, 결국에는 일부 인건비와 기계를 돌리는 시간으로 비용을 부과하게 됩니다. 많은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0만 원을 부르더라도 다른 업체에서 80만 원을 부르게 되면 급하게 75만 원을 부르게 되는 것이 목업 업계의 현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너무 경쟁을 붙이는 것은 제품의 퀄리티를 줄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가격의 부담을 줄이는 선에서는 적절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작업 결과물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목업의 경우 조립 등의 작업을 같이 처리해야 합니다. 설계가 잘못되어 있으면 이를 보정해 주고, 피드백을 주고 제대로 결합해 주는 곳과 피드백 없이 그냥 그대로 만들어 주는 곳이 있습니다. 전자가 당연히 비쌉니다. 하지만 목업의 테스트 결과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지에 대한 판단은 클라이언트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