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 한 바퀴
어장에 물보러 바다를 들고나다가 집안일을 하다가 사진이 생각나면 어김없이 길을 찾았지요.
오래 걷고 많이 보았으면 좋았을것을요.
하지만 사진으로 모든 풍경을 담을 순 없어요.
사진만 찍으면 낙지는 누가 잡나요.
엄니는 사진에 미친 아들이 집을 나가버렸다며 찾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틈틈이 길을 걸었어요.
되돌아갈 집이 있어서 마음 편히 길을 나섰지만.
되돌아갈 집이 있어서 늘 시간에 쫓겼어요.
섬 한 바퀴를 도는데 꼬박 2 년이 걸렸어요.
한 번에 이 큰 섬을 다 돌기는 무리였지요.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다니며 부분과 찰나를 담았어요.
길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하늘에 별따기여서.
가끔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만나면
그렇게 반갑더라니까요. 집 생각이 났어요.
섬에도 어미섬과 꼬마섬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압해도라는 어미섬을 걷다가 가란도라는 꼬마섬을 만났지요.
차는 다닐 수 없는 좁은 폭이지만 목교가 놓여있어요.
어미섬과 꼬마섬이 이젠 자유롭게 얼굴을 볼 수 있게 됐어요.
찰나의 풍경에는 참 많은 느낌이 숨어있어요.
할머니를 대신해서 얼굴을 내민 워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새로 담장을 쌓으면서 그렸나 봅니다.
이게 진짜 벽화 아닐까요?
최근에 카메라 렌즈를 바꿨습니다.
다시 고향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