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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개 달 천사 Nov 21. 2024

당신의 선택, 불가피했나요?

불가피하다 :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렇게 하거나 따를 수밖에 없다.

유의어 : 마지못하다 부득이하다 여지없다 필요하다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참고




살면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불가피한 선택들이 있습니다.

피하지 못해서 또는 마지못해서, 아니면 반대로 필요하니까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지요.


'왜 그래야 했을까?'

'꼭 그 방법 밖에 없었어?'


지인들과 '마지못해' 또는 '불가피한' 선택 속에서 직면한 아이와의 고민, 부부 사이 갈등을 이야기하다가 <토지> 속 인물을 소설 밖으로 꺼내서 지혜로운 해결에 접근해 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EP. 1  몰락한 양반 출신 평산이와 중인 출신 함안댁의 장남 거복이는 동네에서 소문난 왈패입니다.

말이 양반이지 건달 같은 아버지를 똑 닮은 큰아들은 어린데도 이미 그 싹이 예견될 만큼 망나니에 가깝지요.

여기다 한 술 더해 남편은 최참판댁 하녀 귀녀와 공모해 살인사건까지 저지르게 되니,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지아비를 섬기고 지어미의 도리를 다해 온 함안댁은 끝내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자살. 함안댁은 거침없이 생명을 던집니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양반 부인이지만 애써 지켜온 자존심의 마지노선이 무너진 부끄러움 때문일까요, 아니면 부자(父子)의 악행은 곧 자신의 부덕함이라 여기고 대신 속죄하는 의미로 선택한 것일까요?

함안댁은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언제고 준비된 은장도처럼 날 선 삶 밖에 살 수 없었던 걸까요?

그녀에게 목숨은 헌신짝처럼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인가요?

동네에서 쫓겨나게 생긴 거복과 같이 죽자며 매질로 훈육하는 함안댁의 한 마디입니다.


EP. 2 용이와 월선이는 어려서부터 서로 사랑하지만 월선이가 무당의 딸이라는 이유로 귀밑머리 풀어주는 부부의 인연은 맺지 못합니다. 그래서 멀리서 그리워하다 상사병도 나고, 긴 세월 돌고 돌아 다시 만나면 헤어질까 두려워 숱한 밤을 함께 하곤 하지요. 잊으려고 도망을 쳐보기도 하고, 무심하게 발길도 끊어 봅니다. 일부러 가슴에 대못을 박아 정을 떼어 보려고도 해요.

둘의 용기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은 용이의 정실부인 강청댁과 살인자의 부인이었던 임이네까지 한 많은(恨) 굴레에 빠지게 합니다.


용이는 어미의 반대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월선이는 좀 더 진취적일 수는 없었나요?

둘은 불가피했었다고 말하는 선택 외에 다른 방법이 정말 없었던 걸까요?

어쩔 수없다는 말로 과오와 과실은 용서받을 수 있나요?


용이는  월선을 그리워하며 허물어진 그녀의 집 지붕을 새로 해주려고 애를 씁니다.




책 속 인물과 살아 있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고, 저자를 내 앞에 소환해서 질문을 던지다 보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떤 태도와 가치관으로 살아야 하는지 알아차리게 되곤 합니다.


격변의 사춘기 녀석과 갱년기 엄마가 전쟁이지만 망나니 거복이와 함안댁에 비하면 이만하니 다행이다 싶어지고, 시어머니와 갈등에 무심한 남편이 밉상이지만 먼 친척인 간난할멈 물론 이웃에게도 늘 속 깊고 다정한 두만네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시부를 극진히 모시는 서서방네 며느리를 보면서 '과연 내 선택은?' '그래야만 했나?' 하고 질문을 던져 볼 여유가 생기더군요.


지인과 '이랬어야 했어?' '그래야 했을까?' '불가피한 걸까?' '왜 그래야 했는지.....'라는 무수한 과정을 거듭하다 보니 헤어지는 시간즈음에는 감사하게도 지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을 통한 질문은 그 어떤 스승보다 다정한 현자의 답을 이끌어 주네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선택을 하셨나요?

당신의 불가피한 선택, 그래야 했나요?

그 답이 당신을 어떤 곳으로 이끄는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는지 아님 정말 최선이었는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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