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헐린 버티노 지음 , 은행나무 펴냄
1977년 9월 보이저 1호 우주선이 발사되었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 1호에 지구의 전형적인 풍경이라고 판단한 백여 개의 이미지와 척 베리의 노래 '조니 비 구드', 슬픈 혹등고래의 울음, 발소리, 심장 박동, 웃음소리 등을 실었다. 그는 우주에 인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이저 1호가 발사되던 날 필라델피아 북동부 지역에 있는 분만실에서 산모 테레즈는 아디나를 낳았다. 분만 과정에 테레즈는 자칫 목숨이 위태로웠지만 다행히도 아디나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아디나의 가족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처지로 쪼들렸으며 열악한 주거 환경인 연립주택에 살았다. 아디나가 네 살이 되었을 때 아빠는 화를 참지 못하고 아디나를 다섯 계단 밑으로 밀어버렸다. 아디나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그녀는 자신의 상관을 만나게 된다.
반짝이는 공간에서 아디나는 직감을 통해 상관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곳에서 왔음을 깨닫는다. 그곳은 여러 개의 인격으로 이루어진 반짝이는 공간. 직감은 아디나의 모국어였다. 반짝이는 공간은 하나의 장소이자 어딘가로 통하는 문이었다. 자신의 지구 방에서 정신이 든 아디나는 상관들이 보여주었던 팩스를 바라본다. 엄마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물건이다. '어제 나는 잔디밭에서 토끼를 보았습니다.' 아디나가 종이에 이 문장을 써서 팩스 기계에 넣고 초록색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팩스에 답변이 도착했다. '토끼에 대해 묘사해 보라.' 이렇게 아디나의 외계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다나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었다. 다음날 아빠가 그들 곁을 떠났다. 이제 엄마는 홀로 아디나를 키워야 한다.
이렇게 시작된 아디나의 이야기는 별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같이한다. 목차는 성운(탄생), 거대한 별 (학교), 붉은 초거성 (직장), 초신성 (뉴욕), 블랙홀 (죽음)로 이루어져 있다. 아디나는 별과 함께 태어나 별의 주기로 살다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다. 책을 읽으며 나는 아디나가 실제 외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주변인일 뿐.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아디나가 정말 외계인인지 아닌지는 아무 상관없다. 그녀가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믿고 있으니 외계인이다.
가난했고 대학도 다니다 말았으며 언제나 외로웠던 아디나는 어찌 보면 좀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었던 절친 토니는 같은 여자인 오드리를 사랑했으며 토니의 오빠 도미닉은 남자를 사랑했다. 아디나는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토니에게 고백했고 토니는 그녀의 말을 믿어 주었다.
나는 아디나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디나가 이상한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정상적인 사람일까? 무슨 근거로 아디나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주류의 삶을 살지 못하면 이상한 걸까? 그럼 주류의 삶이란? 아디나가 같이 춤을 추고 싶었지만 그녀를 몰아낸 J그룹 아이들일까? 돈을 주고 대필한 에세이로 대학 장학금을 받아 아디나의 자리를 빼앗은 다코타가 주류일까? 나는 끊임없이 물음표를 찍는다.
타인을 조금 깊게 알면 모두 이상하다. 그래서 시집 식구가 제일 이상하다. 갑자기 남의 집 가정사 한가운데 뚝 떨어져 그들의 민낯을 너무 깊게 알게 된다. 결혼을 하고 나서 시집 식구들을 맞닥트리자 나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내 앞에서 말을 가리지 않고 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났다. 내가 살던 세상과 너무 다른 그들은 모두 이상했다. 그리고 남동생이 결혼하고 올케가 생기면서 나는 올케의 눈으로 우리 가족을 본다. 우리 가족은 더 이상하다. 혈연도 아니면서 그들과 가족으로 묶이는 사람은 외계인이 된 것만 같다. 내가 올케에게 시집 식구는 다 이상하다고 하자 올케가 자기 친정은 더 이상하다고 응수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상하다. 아디나만 이상한 것이 아니다.
아디나는 이왕 지구에 왔으니 이곳의 삶에 적응하려 애썼다. 그 과정을 팩스로 보고했다. 상관은 그녀의 보고에 꼬박꼬박 답을 보내주었다. 태어나서 죽음까지 한 사람의 생애를 관통하는 소설을 보고 있으면 이제 자연스럽게 스토너가 생각난다. 스토너 전에도 그런 소설은 있었지만 큰 사건 없이 누군가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은 스토너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아디나의 삶은 그럼에도 조금 더 스펙터클한 국면을 맞이한다. 웨이트리스 일을 하며 대학에 다니던 아디나는 차를 한대 사서 뉴욕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연락이 끊겼던 토니와 다시 만나고 직장에 다니며 개도 키우고 연애도 한다. 얼핏 보면 뉴욕의 소시민으로 사는 것 같지만 그녀는 어디서도 이방인 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토니는 아디나의 삶에 두 가지 큰 사건을 만든다. 그 모든 과정은 소멸로 향하지만 말이다.
소설 작법을 논할 때 지구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라고 한다. 별의 생로병사와 우주를 향한 인간의 경외, 호기심 거기에 개인의 생애를 적절히 교차시킨 소설은 새로울 것 없이 새로웠다. 이 소설은 이야기성보다는 정서가 더 도드라지는 소설이다. 자신이 외계인임을 깨달은 소녀가 지구에서 느끼는 그 쓸쓸한 정조가 무척이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