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0살 김설이라고 합니다. 저의 첫 번째 편지네요. 수신자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이겠죠.
첫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뭐 하는 사람인지 구구절절 늘어놓을까 했지만, 어차피 앞으로 이 레터를 보시면 저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 사실도 모두 알게 되실 테니 구태연한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절대 자기소개가 어려워서 패스하는 건 아닙니다. 대신 제가 왜 이 레터를 쓰기로 했는지 이야기해드릴게요.
매일 밤마다 저는 집 앞 하천을 한 시간씩 걷습니다. 유일하게 하루 중 이것저것 잡생각을 하는 시간입니다. 보통 내일은 뭐 먹지, 주말에 뭐하고 놀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상상을 합니다. 코인으로 100억을 벌면 어떤 집을 살 지, 하루에 얼마씩 쓸지, 일은 언제 그만둘지 그런 것들요. 현실은 코인 계좌 마이너스입니다. 상상이 끝나면 살짝 울적해지지만 산책 나온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면 또 금방 기분이 나아집니다.
문득 '아, 하루에도 기분이 이렇게 단짠을 오가는데 앞으로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달고 짠 일들이 생길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젊지만 어리지는 않기에 기름진 삶에 대한 기대보다 앞으로 무거워질 인생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부담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인생이 어찌 달고 짜기만 할까요. 분명 시고, 쓰고, 매운맛도 찾아올 겁니다. 하지만, 달달한 아이스크림과 함께 짭짤한 감자칩을 먹고, 매운 닭발을 마요네즈에 찍어먹듯 인생도 그렇게 최적의 맛을 내기 위해 융화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단짠, 맵단 등을 오가다 보면 여러 인생의 맛을 경험하는 미식가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이 맛들을 기록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당연히 공유도 하고요. 미식은 함께 즐겨야 좋은 거니까요. 이름도 단짠 레터라고 붙였습니다. 앞으로 이 레터에 제가 맛본 추억과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심오한 일까지 말입니다. 큰 재미는 못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나쯤은 여러분의 구미를 당기는 레터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하나 얻어걸려 제 레터를 기다리는 분들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이상 김칫국부터 마시는 김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