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의 주어는 누구일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정말 많이 들어본 말이다. 물론, 이는 어떤현상에 대해서 최대한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정을 개입하지않고 소위,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이라는 의미로 이 말을 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자기가 지금부터하는 얘기가 정상 범주에 있는 이야기이니 나 역시 그 범주에 포함되는지 잘 들어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이라는 말은 '일반 상식'이라는 의미로 통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나의 특정 행동이 타인이 말하는 ‘객관적인 범주’에 있지않으면 나는 모두의 기준을 거스르는 것이고 그럼 나는 어느 순간 그들이 말하는 '객관의 세계'에서 고집불통이나 독불장군 같은 사람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이 ‘객관적’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객관적이라는 말은 사람, 집단, 해당 문제의 성격에 따라서 정말 객관적인 예들이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는 체 그냥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양성과 개성이 개인의 장점이자 삶의 질을 결정하는 현 시대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적으로 내뱉고 있는 ‘객관적’이라는 말은 오히려 그 말이 가지고 있는 ‘제한과 한정’ 때문에 그 의미가 전체주의나 제국주의적인 성향에 더가깝게 보여지기도 한다.
이는, 객관적이라는 말의 의미 자체가 ‘평균, 대부분의 의견,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는 것’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객관적인 데이터나 다수의 의견이 반영된 의견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자신의 모든 직, 간접적인 경험 및 그 동안 습득해온 지식들이 나의 머리 속에서 혼합과 변형을 통해 ‘조작’된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일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기억의 조작과 오류는 지극히 일상적이며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인지오류다.)
자, 아래의 ‘객관의 정의’를 한 번 같이 살펴보자.
첫째, 객관은 개인의 지식과 경험에 반 한다.
둘째, 객관은 타인의 지식과 경험에 반 하며 그들도 그렇다고 믿는다.
셋째, 객관은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결과와 항상 일치한다.
넷째, 객관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다섯째, 객관은 대개 사회, 문화, 관습, 종교 등에 의해 수 천 년 전부터 규범된 습관, 풍습, 교육으로 점철된 사회를 온전히 반영한다.
즉, 객관적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개인의 개별성이나 특수성은 배제한 체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단체의 특수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입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의 대화에서 오류나 실수를 피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피해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는 보통 ‘객관적’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쓰여지는 다음의 여러상황들 때문에 우리가 더 자연스럽게 객관적이라는 말을 쓰고있다고 보여진다.
- 체계화된 수치와 기록이 나와 있어 비교를 할 대상이나 표준이 있는 경우
- 매너/예의/규범/법 등 대다수가 동의하고 사용하며 오래도록 동일하게 교육되어온 것 들
- 그 외 개성, 차별화된 것 등을 제외하고 평균과 비교하여 모자라거나 넘치는 등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지않은 경우
아마 이 정도 선에서는 우리가 객관적이라는 말을 써도 무방 할 것 같지만 이 역시 우리가 약속한 범위 내에서의 객관일 뿐 100% 칼로 자른 듯한 객관은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가정마다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매너의 정도가 다르고 교육방식이나 정보에 따라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들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타인의 창작물을 평가 할 때 그리고 성격, 개성, 특정 상황, 문화, 풍습, 종교 등 관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거나 자신의 의견으로 종합하여 결론 낸 이야기를 할 경우에는 객관적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객관적’이라는 말은 ‘주관적 견해’의 ‘친절한 공격’인 셈이며, 보이지 않는 억압이고 그 말 자체로 모든 종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다양성과는 배치된다. 객관적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면 안 된다거나, 그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권력집단의 체제 유지를 위한도구로써 다분히 활용이 가능하고 개인 상호간에도 ‘매너 있는 공격’으로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단어이기에 신중하게 사용하여 악용과 오용을 피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습관적으로 객관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래 예제를 한 번 살펴보자.
누군가가 타인의 아이디어를 보고는 평가하는 한 마디다.
“객관적으로 볼 때 말이야. 그 아이디어는 별로 야, 그렇지 않아?”
평소 같았으면 그냥 듣고 지나쳤을 한 마디, 그런데 이는 과연 객관적인 평가일까? 아님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간 다분히 주관적인 평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