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타락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깊은 분노는 뜨거운 쇠꼬챙이가 되어 밤마다 네 눈 깊숙한 곳을 노리고, 성난 인두는 날 비웃던 네 입가의 더러운 미소를 향하고, 오래돼 케케묵어 나조차 맡기 싫은 이 감정은, 최초의 목적은 잊었어도 최후의 갈 곳은 영원히 잊지 않아. 나의 타락은 더 이상 너의 고통을 향하지도, 네 주변의 종말에 개의치 않거든. 이건 이제 오로지 내가 그토록 원했던 '평범한 나의 삶, 나의 영광'을 향할 뿐이야.
개인의 영광은 한 사람이 지나온 일생의 정수다.
명예는 현재 자신의 현실, 가장 기본적인 상태를 반영한다. 즉, 외부의 어떠한 가해도 없이 그저 지금껏 자신이 살아오며 쌓은 일상의 행위가 누적되어 이룬 삶의 틀이다. 이 틀에서 개인의 꿈이 시작되고 삶은 더 나은 변화도 생성된다.
그 충분조건은 곧 어긋난 결정이나 ‘복수’라는 이름의 또 다른 무자비한 폭력을 낳는다.
‘나의 평범한 나’를 되찾은 뒤에야, 동은은 자신의 평범한 하루 끝에 긴 숨을 몰아쉬면서도 ‘난 언젠간 건축가가 될 거니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와 같은 평범한 꿈을 다시 꿀 수 있다.
과거, 그들이 '나의 허락'없이 나에게 폭력으로 가해한 만큼, 과거의 나를 찾는데 그들의 ‘사과와 인정’과 같은 ‘허락’을 받아내는데 집착하기엔 ‘나의 영광’은 너무나도 크고 밝게 빛날 것이기 때문에, 나의 복수와 영광에 '그들의 허락 따위는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