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스타의 ‘빠’는 아니지만, ‘일반인’도 아닙니다

by Rooney Kim



너희가 덕후를 아느냐


덕후, 너드, 긱
빠순이, 빠돌이
처돌이, 처순이"


비교적 과격해 보일 수 있는 단어들로 글을 시작하는 동안에도 내가 감히 이 글을 써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1%의 걱정과 고민이 있다.


위 대명사들은 과거, 애니메이션, 게임, 아이돌 스타 등 한 분야 또는 한 사람만 고집하며 아주 깊숙이 파고들어 ‘어두운 골방의 괴짜’ 정도로 놀림받던 습한 터널을 지나, 오늘날에는 소위, ‘전문가, 즉,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정보, 지혜, 아이디어’를 가진 핵심 콘텐츠 프로바이더로 성장하며,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문화 키워드 아니, 특이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중문화의 아이콘' 그 자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잡덕은 용납 못하지
이 기쁨을 모르는 머글들에게 위로를


어찌 보면, 이들에게 나 같은 존재는 그저 한 명의 머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딜 감히,

피 튀기도록 치열한 콘서트 티켓팅 대전에 참전한 적도,
스타들의 실제 무대라는 희열을 맛보기 위해 음방, 공방을 뛰어 본 적도,
용돈, 월급을 모아 모아 최애의 음반을 다량 구매한 적도"


없는 주제에 ‘덕후, 빠’의 대열에 끼일 수 있냐는 것이다.


덕질을 하기엔 용기가 (많이) 부족했습니다만


맞다. 이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아니, 솔직히 그 정도의 자신은 없었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자면, 나도 내 스타를 좋아하지만 그보다 내 학업이 중요했고, 내 취업이 시급했으며, 내 업무의 압박이 더 큰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


돈은 모았지만 결혼 자금이라 못 깼고, 가끔 시간이 날 땐 전 여친(현 와이프)과 데이트를 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느라 콘서트를 못 갔으며, 지금도 주담대를 내느라 굿즈, 음반 등은 마음껏 살 수가 없다.


'나야, 아이유야?', '응? 저녁 뭐 먹을거냐구?'


덕질을 하면서도 학업, 취업, 창업, 승진까지 다 거머쥔 요즘 덕후들이 듣기에 이 얼마나 치졸하고 간사한 변명이냐고 하겠지만, 그럼에도 변명과 핑계를 입에 달고 있는 걸 보니, 어쩌면 나는 ‘덕후’에 다다르지 못하는 레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즉, ‘덕후’ 레벨로 가기엔 깜냥이 되지 않거나 그 정도의 '초능력'은 타고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소위, 라이트 팬 (a light fan)이다.


하지만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점점 아재력이 강화되어 가는 또는 되어버린 내 주변의 친구들이나 평범한 지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콘텐츠 소비력, 앨범 구매력, 굿즈 쇼핑력, 뮤비/음반 분석력, 그리고 지인 소문력’ 즉, ‘스타 오력’을 갖췄다고 자평한다.


이유인즉, 지금 당장, 4세대 여돌 3팀 이상과 그들의 멤버 이름, 주요 히트곡, 현대 음악의 트렌드에 따른 타이틀곡 & 뮤비 & 댄싱을 분석하라고 하면, 커피 한 잔 들고 한 시간쯤은 논평할 수 있다는 나름 나를 위한 변명과 함께.


그래서 조금 억울했다.


나는 분명, 내 주변의 사람들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1,000% 정도는 더 많고, 스타, 음반, 음악, 쇼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 글 콘텐츠(예: 아이유 연대기)도 정기적으로 만들고, 덕후에 비하면 한참 모자랄지언정, 콘텐츠, 굿즈 구매도 하고, 어! 나는 이렇게 그들의 음악성, 예술성, 스타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는데, 왜, 한낱 평범한 ‘일반인’으로만 분류되어야 하느냐?! 이 말이다."


신인류 정체성의 탄생


그런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와이프와 함께 TV 프로그램과 OTT 콘텐츠를 즐기던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둘은 우리의 정체성 중 중요한 요소 하나를 깨닫게 되었다.


이 깨달음이 중요한 이유는 일평생을 살아오며 ‘덕후’와 ‘일반인’ 사이에서 애매하게 뛰어난 ‘덕력’과 그럼에도 갈 때까지 파고들어 버리는 ‘집요함’이 부족했던 탓에 ‘이도저도 아닌’ 하지만 분명 스타에 대한 애정과 공감력 그리고 실행력은 확실히 뛰어난 이 능력치에 대한 발견과 이를 정의를 할 수 있음에 있다.


와이프가 '다시금' 제일 빠져있는 보이 그룹의 정석, 샤이니


즉, 덕후에 속할 레벨은 아니지만 스타에 관심없는 일반인으로 분류되기도 싫은, 한 마리의 외로운 박쥐, 아니 와이프까지 한쌍의 외로운 박쥐 커플이 되어 살아오던 우리를, 더 이상 음지의 습한 곳에 숨어 응원하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우리는 '빛나는 박쥐 커플’이라고 소리칠 수 있을 만한 명칭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나와 와이프는 우리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의하기로 했다.


지금 이 시각부터 ‘빠’도 ‘일반인’도 아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빠반인’으로 칭하기로."

*‘빠+일반인 = 빠반인’ 명칭은 와이프의 아이디어. 라이트 팬 (a light fan).




[이미지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10507196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238

https://www.nocutnews.co.kr/news/5720936

https://www.youtube.com/watch?v=bu7kaBYPt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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