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빵없이 앙꼬만 있으면 그건 찐빵일까

by Rooney Kim



앙꼬 없는 찐빵은 보통, 핵심이 빠진 허물, 속이 빈 것 등의 대명사로 불린다. 당연히, 앙꼬, 크림, 단팥, 생크림 등은 빵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 재료로 이게 없으면 그냥 맨 빵만 먹게 되어 니맛도 내 맛도 아닌 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만약, 찐빵에 빵은 없고 앙꼬만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걸 ‘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단팥의, 생크림의 진하게 달짝하고 살짝 느끼한 풍미를 한층 가볍게 어우러지게 만들면서 ‘찐빵’의 ‘찐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빵이 없다면 그건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눈치챘겠지만, 빠반인은 앙꼬빵의 빵이다. 당연히 앙꼬는 덕후들이다. 앙꼬(팥앙금의 일본어 유래)가 단맛을 담당한다면 빵은 이를 붙들어 잡아주어 너무 지나칠 수 있는 단맛을 중화시켜 준다. 빠반인의 ‘아이돌에 대한 매출’ 기여는 형편없겠지만, 그들의 역할이 없다면 시간이 흐르며 대중과의 연결고리라는 접점이 약화되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컨셉으로 가거나, 대중성은 전혀 없는 작품들로 덕후들만 넘치는 심오한 세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물론,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7년 내로 뽑아낼 수 있는 ‘단물’은 모두 뽑은 후일테니 그 이후에는 함께하든 따로 가든 각자도생일 뿐이겠지만.


각설하고 정리하자면, 그래서 앙꼬만큼이나 겉을 둘러싼 빵도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 빵은 바로 빠반인이라는 말이다."


달라진 시각, 여전한 애정


빠반인도 당연히 스타의 잘생긴 외모, 황홀한 자태, 넘사벽 비주얼에 넘어가 막연한 동경에 빠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들의 눈빛과 몸짓 하나에 열광하며 패션과 제스처를 따라 하고 싶던 때도 있었다. 스타에 대한 동경, 막연한 이끌림, 사실, 이런 매력이야말로 일반인을 팬으로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외적인 부분에만 심취하다 보면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작품은 둘째치고 그저 ‘스타’라는 존재에만 맹목적으로 빠져들어 주변의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기도 하는데, 뭐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뒤, 어느 날 갑자기 사소한 것 하나로 갑자기 현타가 올 수 도 있다는 말이다.


‘어.. 여태껏 내가 쫓은 건 뭐지..? 내가 이러려고 지금껏 얘를 좋아한 거야..?’


아아, 오해는 말라. 모든 덕후가 이렇다는 말이 아니다. 덕후 중에서도 소수가 그럴 뿐 대부분의 덕후들은 음악, 작품 등 스타가 부르는 노래 혹은 스타가 등장하는 콘텐츠에도 깊숙이 빠져든다. 그래서 전문 음악 평론가보다도 더 깊이 있는 분석과 곡의 해석은 물론, 악기, 사운드 등에 조예가 깊은 경우도 있고, 그 음악, 작품으로 인해 나아진 자신의 삶, 위로받은 마음 등을 블로그에 공유하며 같은 팬들의 응원과 공감을 받기도 한다.


소위,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같은 빠반인은 이를 덕후들의 위대한 업적으로 여기고 감사한다. 덕분에 즐길거리(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 등)가 더 많아졌으니 당연하다.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은 덕후나 빠반인이나 같지만, 스타들의 지속가능한 내일(매출 신장과 정산의 기쁨)을 만들어주는 건 99.9% 덕후들의 역할이기에, 덕후를 리스펙 하는 마음은 당연히 빠반인의 가슴 깊은 곳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빵 같은 빠반인의 일상 (feat. 샤이니 정규 8집 HARD)



지난 6월 말, 샤이니의 정규 8집 HARD가 나온 후, 7월 한 달 내내, 우리 집 TV의 유튜브 시청 지분의 9할은 단연, 샤이니였다. 올해 15주년(실제는 16년 차)을 맞이한 샤이니는 앨범의 컨셉, 타이틀 및 수록곡들의 장르는 물론, 의상 소화력, 자기 관리(몸, 얼굴, 피부 등), 댄싱까지, 16년이나 된 아이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됨, 신선함, 힙함에 16년 짬밥의 여유로운 매력을 조화롭게 비벼 발산하며 4세대 현역 아이돌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오히려 압도하는 능력치를 발산했다.


특히, 그동안 태민에만 열광했던 와이프 마저, ‘HARD’에서 보여준 키의 절도 있는 힙합 댄싱과 뛰어난 보컬 능력, ‘다양한 챌린지’를 통해 보여준 민호의 예상 밖의 댄싱 스킬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뮤비에만 참여하고 활동을 못한 온유에 대한 아쉬움을 자주 언급할 정도로 멤버별로도 최상의 완성도(온유의 경우 빈자리를 통한 아쉬움)를 보여준 정규 앨범 활동이었다.


보통, 아이돌의 신곡이 나오면 아래와 같이 무료로 볼 것들이 넘쳐난다.

공식 뮤비(뮤직 비디오)
노래별 퍼포먼스 영상
노래별 프랙티스 영상
각종 음방 무대 영상
멤버들의 개별 영상(직캠, 입덕캠 등등)
아이돌 본인 등판 뮤비 리액션
팬들의 신곡 뮤비 리액션(국내외)
스타들의 라이브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밴드라이브, 딩고 등의 보컬 위주의 영상
신곡의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하는 챌린지 영상(타 아이돌, 팬)
덕후팬들의 직찍 영상
다른 스타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출연한 영상(아이유의 팔레트에 등장한 스타들 등)

즉, 스타의 신곡 발표는, 동시에 빠반인의 활동거리가 넘쳐나며 분주해지는 시간이라는 말이다. 당연히, 덕후들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순 없지만 대신, 소소한 콘텐츠 소비와 분석 그리고 스트리밍을 통해 이에 보답한다.


‘에이, 그 정도는 저도 하는데요? 그 정도 보는 건 당연하죠~’라고 한다면, 삐빅, 당신은 이미 진성 빠반인이다.



분석과 해석이 넘치는 풍성한 저녁


HARD앨범에 수록된 ‘JUICE’의 퍼포먼스 영상을 보며 스타와 댄서들 뒤에 설치된 구조물과 조명 효과 등이 연출하는 색다른 분위기 그리고 연출력의 풍미로 매력이 더 돋보이는 노래와 스타들의 기가 막히는 댄싱, 이에 스타들의 무대가 더 돋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댄서들의 뛰어난 퍼포먼스까지.


빠반인 부부의 저녁은 스타의 신곡 콘텐츠에 대한 토론으로 26도로 설정된 에어콘 아래에서도 활활 불붙는다. 샤이니의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HARD'의 뮤비 그리고 수록곡인 JUICE에 대한 소감, 분석 만으로도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저 오브제와 이 가사가 뮤비에서 전달하려는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물음부터 제안까지 다양한 의견과 시선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분한 의견 교류의 과정에는 스타를 향한 여전한 애정이 녹아있고, 토론의 끝에는 이를 통해 더 끈끈해진 빠반인 부부의 풍요로운 저녁이 있다.


덕분에 각자가 가진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고,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의 소비와 확장된 활동을 통해 노래, 댄싱, 무대, 연출, 광고, 확장 아이디어, 컨셉에 대한 이해도는 더 넓어진다. 게다가 ‘빠반인’ 시리즈에 쓸 콘텐츠는 더욱 풍성해진다.


과연, 나는 빠반인 일까


이 시리즈를 3화까지 읽었다면 궁금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과연 빠반인 일까, 아닐까?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빠반인 테스트!


아래에 준비된 테스트는 ‘아이돌’을 기준으로 작성된 11개의 질문이다. 예, 아니오를 통해 몇 개나 ‘예’에 해당하는지 각자 알아보자. (물론, 빠반인은 아이돌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미리 밝힌다.)


본격, 빠반인 테스트


1. 아이돌, 스타의 노래를 자주 듣는가?

2. 아이돌의 노래를 스트리밍 한 적이 있는가?

3. 아이돌들의 멤버 이름을 모두 아는가?

4. 아이돌의 노래를 주변에 추천하는가?

5. 아이돌의 음반을 구매하는가?

6. 아이돌의 공식 팬클럽은 무조건 가입하는가?

7. 아이돌이 나오는 유튜브를 정기적으로 시청하는가?

8. 아이돌이 나오는 음방을 정기적으로 시청하는가?

9. 아이돌을 위한 자체 콘텐츠 제작을 하는가?

10. 아이돌/캐릭터 상품 구매 시, 월 본인 급여의 20% 이상을 지출하는가?

11. 아이돌/스타 콘텐츠에 대한 분석, 토론을 한 적이 있는가?


답변 분석


자, 테스트를 마쳤다면 아래 분석표를 참고하여 본인의 현재 레벨을 알아보자.


• 2개 이하: 빠반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당신은 아직 일반인. ^ㅇ^

• 5개 이하: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 조금만 더하면 빠반인이 될 수 있어. >ㅇ<

• 7개 이상: 삐빅, 빠반인입니다. 환영합니다. 우리 오래도록 함께해요.♡ㅇ♡

• 10개 이상: 어.. 형님, 누님, 존경합니다. 좀만 더하면 ‘덕후 레벨’ 진입. ○.○!


덕후력 테스트


내친 김에 이것도 살짝 올려본다.


1. 아이돌의 콘서트는 무조건 티켓팅 시도를 하는가?

2. 아이돌의 사진을 찍기 위해 고가의 카메라를 구매했는가?

3. 아이돌의 스케줄(음방, 녹방, 공방 등)을 자주 따라가는가?

4. 자신의 사생활을 모두 아이돌을 쫓는데 쓰는가?


음.. 오.. 아.. 예.."


이건 나역시 빠반인인 관계로 하나도 해당이 안되어 분석도 못하겠다. 혹시라도 덕후력 테스트에 2개 이상 답했다면 당신은 그냥 덕후, 전문가 그 잡채.




[이미지 출처]

https://nashandjones.com/m/L873246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v22DAbgXg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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