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맹목적으로 쫓지 않아. 되려, 냉철히 분석하지

by Rooney Kim



살아남기 위해 빠반인이 되었지만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는 현생 인류의 출현 이후 개개인이 가장 존중받는 시절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개인의 취향과 시선이 중요해졌다는 말이고, 그게 소위 ‘돈’이 된다."


모든 산업에 걸쳐 취향의 존재 이유와 가치 추구가 넘쳐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취향은 지구를 너머 우주에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태양계의 어떤 행성이 좋다거나, 별자리를 통해 알게 된 어떤 항성과 은하계가 좋다거나 하는 것도 결국 취향이다.


다시 지구로 돌아오면, 어떤 동물을 좋아하고, 어떤 국가, 지역을 좋아하며, 한 번쯤 방문했거나 TV에서 본 휴양지는 물론, 캐릭터, 음식, 책, 브랜드, 식당, 스포츠, 만화, 드라마, 작가, 예술가, 기업가 등 우리의 취향은 생명체는 물론, 유형과 무형의 것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취향이라고 불리는 것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내뿜고, 가장 많은 비용을 서슴지 않게 쓰게 만들며, 가족이나 연인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이토록 강렬한 감정과 함께 유대감을 일깨워주는 취향의 대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스타다.


팬심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마음은 통장에 찍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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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반인이 되고 보니 스타와 덕후팬들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새삼 다시 깨닫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게 뭐냐면, 대략 이런 것이다. 스타는 탄생(데뷔) 이후, 보통 아래와 같은 흐름에 따라 앨범을 발매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정점을 찍은 후에는 꾸준히 생명을 이어가거나 혹은 간헐적으로 생존 신호를 보내다 결국 소실(잊힘) 혹은 마침표(은퇴)를 찍게 된다.


스타의 생명 루프

데뷔 -> 다양한 프로모션 & 활동 -> 관심 증대 -> 팬덤 형성 -> 음반 매출(팬사인회 등으로 연결) -> 콘서트 티켓 매출 -> 앨범 발매 -> 끝없는 반복 (보통 스타, 캐릭터의 매력 유효 기간 동안)


덕분에 스타는 자아실현과 수익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그럼 팬들은 어떨까.


물론, 이 동안 팬들이 쓴 돈은 정서적 기쁨과 격한 감정(보통 기쁨과 흥분)을 통해 얻은 수많은 자극과 동기 부여와 동지와 연대감(팬덤, 팬클럽)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가족의 발견이라는 사회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소속감에 대한 비용이다.


팬의 생명 루프

스타의 매력 -> 관심 -> 음반, 굿즈 구매 -> 각종 팬클럽 활동 및 비용 -> 콘서트 티겟 구매 -> 끝없는 반복


즉, 팬들은 그들이 ‘빠’는 스타 또는 캐릭터로부터 기쁨, 위로와 같은 기분 전환과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동기부여 때문에 팬이 된다. 이 덕분에 팬들이 얻게 되는 ‘가치’에 대한 감정의 전이와 생산성의 관계는 아래와 같다.


멋지고, 완벽하며, 귀여운 결과물 -> 눈과 귀, 입과 코가 즐겁다. -> 기분이 좋아지고 밝아진다. -> 삶의 활력이 되고, 꿈을 이루기 위한 동기 부여가 되고, 자랑거리가 생긴다. -> 때문에 온, 오프라인에서 많은 활동을 하게 되며 -> 결과적으로 정신적, 육체적인 삶의 질이 나아진다.


고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빠반인, ‘보이지 않는 팬’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예찬했다. 실물 경제가 돌아가고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구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개개인의 영리를 추구하는 ‘이기적’인 결정과 행동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이기심’을 남을 내리눌러 타인의 권익과 권리를 해치는 이기심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스미스 형이 말한 이기심은 ‘자신의 꿈 또는 생계’를 위한 어떤 특정 활동이 타인의 삶에 꼭 필요한 서비스, 물건 등을 제공할 수 있기에 개개인의 자신만을 위한 경제적인 활동은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이롭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농사꾼 덕분에 쌀밥을 사 먹을 수 있다거나, 삼성 덕분에 갤럭시 지플립 5를 쓸 수 있다거나, 아이유 덕분에 그녀의 주옥같은 노래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스크린샷 2023-08-27 오전 10.23.49.jpg 이 폰은 제가 산 삼성 갤럭시 지플립 5 민트입니다. (24개월 약정)


빠반인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팬’에 가깝다. 비록, 매출 규모는 작지만 이들이 소비하고 생산하는 콘텐츠는 생각보다 많고, 은근하게 드러내는 팬심으로 끼치는 영향력도 적지 않다. 그냥, 그들이 좋아서 일상 속에서 ‘스타’를 소비할 뿐이지만 빠반인 층은 예상외로 더 두터울 수 도 있다는 말이다.


덕후에 비해 매출 규모는 보잘것없더라도 대중 속에서의 밀도는 덕후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빠반인도 스타를 위한 ‘간접적인 문화 비용’을 지출하긴 한다. 아래는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리스트인데 물론, 이는 기본적인 항목들이며 종종 특별 항목도 발생한다.


빠반인의 간접 문화비 지출

본방 시청: TV 수신료 ->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별 출연료 정산
유튜브 채널 시청 (뮤비, 퍼포먼스, 쇼츠, 라이브, 타 채널 출연 등) -> 출연료, 이후, 재출연 가능성
음원 스트리밍 -> 음원 저작권 정산
간헐적 특정곡 스밍 -> 음원 저작권 정산
간헐적 앨범 구매 -> 앨범 매출 정산
간헐적 콘서트 참여 -> 콘서트 매출 정산
간헐적 굿즈 구매 -> 굿즈 매출 정산
정기적 자체 콘텐츠 제작 및 배포 -> 간접 홍보
OTT 구독과 콘텐츠 소비 -> 출연료 정산


아 물론, 이렇게 쓰고 보니 짜치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써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나, 이게 바로 빠반인의 역할인 것을.


빠반인은 참지 않아: 스타와 팬에 대한 냉철한 분석


아무튼, 빠반인은 참지 않는다. 제아무리 좋아하는 스타라도 싱글, 앨범, 영화, 드라마, 쇼, 영상, 콘텐츠가 기대 밖의 것이면 쓴소리를 한다. 왜냐하면, 스타는 팬들의 사랑(정산)을 먹고살기에 항상 정제되고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종종 어긋나는 스타가 있기도 하고 방향이 좀 의아할 때가 있기에, 이럴 땐 따끔 한 충언이 필요한 법이다. 아 물론, 집에서 와이프와 함께 서로에게 조금 볼멘소리를 하는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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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자신들의 노력과 팬들의 사랑 덕분에 '자아실현과 수익 실현'이라는 삶의 원대한 목표를 두 개나 이뤘으니 빠반인 정도 레벨에서 아주 소심하게나마 할 말을 해줘야 한다. 왜냐하면 덕후들은 잘 못하거든.


나는 그게 빠반인의 역할이라고 본다. 돈 쓰는 사람(덕후) 따로 있고, 방구석에서 쓴소리 하는 사람(빠반인) 따로 있냐고? 맞다! 따로 있다. 그게 빠반인이다. 그렇다고 대단한 쓴소리나 행동은 못하지만, 이 역시 애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스타를 향하는 관심의 발로다.


좀 아쉬운 음반이나 콘텐츠에 대해 내가 집에서 보인 반응과 아쉬운 코멘트는 사실, 세상 밖으로 나갈 일은 절대 없지만 간접적으로 내가 하는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그건 대략, 음원을 덜 듣거나, 스트리밍을 안 하거나, 앨범을 구매하지 않거나, OTT를 보지 않는 혹은 나중에 보는 정도로 소극적이고 소소하다.


따라서, 우리의 충언이 필요한 시점에는 와이프와 함께 스타의 아쉬운 점과 부족한 점에 대해 토론하고 음악적 영감, 타이틀과 수록곡의 완성도, 뮤직 비디오의 구성 및 신선도, 댄스 스킬과 숙련도 등에 대해 더 분석하며 앞으로 얘네들이 더 잘되려면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게'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으로 ‘우리 집 거실 토론회’를 마무리하곤 한다."


빠반인은 마치 덕후처럼 '죽을 듯이 사랑하다가도 단숨에 홱하고 돌아서는 낭만파'는 아니지만, 평소엔 있는지 없는지 몰랐다가도, '어, 당신 혹시..’라고 말할 때 격하게 고개를 흔들어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소심한 기회주의자’다.


과연, 이런 간절하고 충성스러운 마음이 언제쯤 스타와 기획사에 전달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우리의 삶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꿈꾸고 고민하며 행동하는 스타와 스타를 만들어주는 분’들에게 전국의 모든 빠반인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한다.


빠송하고 빠랑합니다. 그럼 오늘도 빠이팅!"




[이미지 출처]

https://creators.mypetlife.co.kr/누가-봐도-말티즈-참지-않고-얼굴로-화내는-강아지-2/

https://unsplash.com/ko/s/%EC%82%AC%EC%A7%84/money

https://jjalbang.today/jjalbangMake/11944

https://www.samsung.com/sec/smartphones/galaxy-z-flip5-5g-sm-f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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