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누구나 한 때, 누군가의 ‘빠’였다 1

by Rooney Kim


사실, 우리 모두는 한 때 누군가의 강렬한 팬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하고 무언가에 집착하며 물건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생이던 어린 시절에는 1~2만 원도 엄청 큰돈일 텐데 그걸 모아 엄마, 아빠 몰래 변신 로봇을 산다거나, 전자수첩을 산다는 건 당시 자신의 전재산을 거는 일이었음에도 기어이 저지르기도 했다. (내 얘기)


남자아이라면 어린 시절 대부분 공룡의 매니아가 된다. 아파토사우르스(구, 브론토사우르스), 스테고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르스, 티라노사우르스, 벨로키랍토르, 알로사우르스, 프테라노돈, 모사사우르스 등등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아빠는 이미 대부분 까먹은, 엄마는 잘 알지도 못하는 공룡들의 이름을 술술 외며 공룡놀이를 한다. 그 시절에는 '둘리의 엄마가 거대한 초식공룡인 아파토사우르스다, 아니다, 브라키오사우르스다!' 하며 투닥거리다가도 정작 아들인 둘리가 육식공룡인 '케라토사우르스'라는 게 밝혀지면 출생의 비밀로 인해 숙연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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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팬이나 팬덤이라는 단어를 인지하기도 전에 한 때 누군가의, 무언가의 팬이었고 자연스럽게 이를 통해 내 개성을 만드는 법과 나를 알리는 법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어느새 삶의 활력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이유이자 모든 걸 이겨내고 나아갈 에너지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빠반인인 나와 와이프'의 학창 시절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빠’의 기질을 타고났으며, 그런데 어떻게 ‘덕후’가 아닌 ‘빠반인’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그의 빠반한 여정


1막 서태지와 아이들


나의 스타에 대한 동경과 사랑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시초였다.


‘난 알아요’로 시작된 충격적인 등장은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나에게도 크나 큰 혁명이었다. 이후, 나는 당장 서태지의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했고 거의 매일 노래를 들었다. 이미 1집부터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은 서태지는 9시 메인 뉴스에서 그의 2집 활동을 알려줄 만큼 이미 국내 가요계의 중심축이 되었다. 서태지의 책이 나오면 책을 샀고(책을 빌려간 친구 놈이 이사가버림), 2집 앨범을 사기 위해 레코드 가게에서 앨범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다가 앨범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마자 트럭 아저씨에게 현금을 주고 직접 사기도 했다.


2막 머라이어캐리와 팝송


그렇게 주야장천 서태지(015B, 룰라 등)를 듣던 중,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팝송에 눈을 뜨게 되었다. 당시 미모와 가창력을 겸비한 머리이어 캐리는 내게 또 다른 신세계였다. 감미로운 목소리, 인간계를 뛰어넘은 가창력 (7옥타브) 그리고 너무나도 좋은 멜로디를 가진 수많은 노래들. 특히, 당시 발매된 머라이어캐리의 크리스마스 앨범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캐럴송이 될 만큼 전설적인 명반이 되었다. 나의 팝송 사랑은 머라이어 캐리에서 멈추지 않았고, 영국의 테이크 댓으로 이어졌다가 비틀스에 닿게 되었다.


*참고로 당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로 내가 다니던 학원과 성당에서 내 노래 솜씨를 알리기 시작한 건 이제 나만 간직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백역사다.


3막 퀸, 더 레전드



그렇게 다양한 팝과 락 음악을 즐기던 중, 고등학생이 된 나는 고등학생 시절 가장 친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그중 음악과 책에 조예가 깊었던 한 친구로부터 ‘퀸’이라는 전설의 레전드 락밴드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후, 퀸은 내 삶과 같은 그룹이 되었다.


영국밴드지만 브리티시 음악 특유의 음울함없이 당시 끝물이었던 글램락부터 자신들이 창시한 오페라틱 락, 모던 락, 메탈, 펑키한 베이스의 장르까지 락의 거의 모든 장르를 소화된 퀸은, 프레디의 사람 홀리는 보컬과 '피아노로 한 번 심쿵, 게이로 두 번 심쾅'하게 만드는 능력, 브라이언의 괴물 같은 기타와 '제발 좀 바꿨음' 싶은 장발의 뽀글 머리, 로저의 미친 드럼과 '꺅 이게 뭐야'같은 저세상 고음 그리고 존의 전설적인 'Another one bite the dust' 베이스 반주와 '아저씨도 말 좀 했으면'하는 위로하고 싶은 존재감까지."


그렇게 전 세계에 발매된 퀸 음반을 다 모아보자는 마음으로 카세트테이프, CD, 라이브앨범, 싱글, 솔로 앨범 등등 5~60개가 되는 음반을 모았고, 신혼여행으로 영국에 갔을 땐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앨범을 샀을 정도로 지금도 퀸을 좋아한다. 물론, 이 동안에도 라디오헤드(형에게 전파. 형이 팬이 됨), 오아시스, 블러, 킨 등 많은 락 밴드의 노래를 들었다.


덕분에 고3 시절에는 수능을 마치고 반 친구들과 락밴드를 결성해 마산시 청소년가요제와 학교 축제에서 퀸의 노래를 불렀으니 어찌 보면 나는 나름 퀸으로 무언가를 누려본 덕후였다.


4막 내 군생활의 수호천사, 박정현, 보아


그렇게 퀸, 락, 팝송에 빠져있던 나는 어느새 입대를 할 시점이 되었고 당시 서서히 국내 가요계로 눈길을 돌리던 중, 학교 친구들이 즐겨 듣고 있던 박정현의 노래를 만나게 된다. 좋았다. 너무 좋았다. 독특하고 감미로우면서도 뭔가 사연이 느껴지는 박정현의 목소리는 20대 초반 젊음의 혈기가 넘치던 나에게 알 수 없는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훈련병 시절, 훈련이 고되다가도 그녀의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떠올리며 극복했다.


그렇게 자대에 배치를 받은 후, 박정현과 더불어 보아의 노래가 귀에 꽂히기 시작했다. 당연히 귀엽고 당찬 그녀의 외모와 성격도 한 몫했다. 이미 ‘넘버 원’으로 가요계 탑의 반열에 들었던 터라 이후 나온, ‘아틀란티스 소녀, 발렌티’로 나의 보아에 대한 애정은 갈수록 들끓었다. 오죽하면 9천 원~1만 원대였던 병사 월급을 모아 휴가를 나가서 보아의 앨범(CD)을 사 왔겠나. 그렇게 내 관물대는 박정현과 보아(3:7의 비율)의 사진으로 가득했고 제대를 할 때쯤인 ‘마이네임’까지 섭렵하며 무사히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할 수 있었다.


5막 내 사회생활부터 일상의 삶까지, 아이유


사실, 아이유에 대한 글은 브런치에 이미 ‘아이유 연대기’ 매거진(https://brunch.co.kr/magazine/iuchronicle)을 운영할 정도로 너무나도 많고, ‘아이유 나무위키’에도 나의 아이유 연대기 글들이 등재되었을 정도로 아이유라는 아티스트를 애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난 왜 ‘아이유 빠반인’이 되었을까.


그녀의 아름다우면서도 귀여운 외모? (아무렴)
애절하면서도 흡입력이 있는 목소리? (그렇지)
적당히 소름 끼치게 좋은 그녀의 가창력? (너무 소름 끼치면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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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유 빠반인에 된 이유는 조금 더 특별한 그녀만의 무기와 매력에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유가 가진 특유의 음울함과 마이너 한 감성이다."


어쩌면 이 말을 듣고 ‘뭐? 아이유 같은 국힙 원탑, 솔로 가수 존재감 1위 그리고 전 세계적인 팬덤도 있는 가수를 두고 뭐가 어째.’라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지만, 난 ‘아이유 덕후’들 중에서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이유인즉, 아이유의 목소리에는 뾰로통해져 삐친 아이와 마음속 깊이 박혀 말 못 할 상처가 남아있는 천진난만하면서도,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의 음색이 어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듣는 팬으로 하여금 두 가지 양가적인 감정이 들게 한다.


하나는, 그 목소리에 안쓰러워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고,
또 하나는, 그 목소리의 사연이 마치 내 얘기 같아 한없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은 또 두 종류의 청자를 향한다.


하나는 독특한 개성으로 대중과는 동떨어진 삶의 가치관을 가진 ‘마이너’의 삶을 사는 사람과,
또 하나는, 삶의 여정 중 ‘슬픈, 힘든, 아픈 상황’에 처해있는 ‘마이너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 말이다.


그렇게 위로받고 위안을 하다 보니 나는 아이유 빠반인이 되었고 아이유 연대기를 앞으로도 꾸준히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이렇듯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중, 고등학교 그리고 군대와 취업, 직장생활, 창업 그리고 다시 직장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가수와 노래들로부터 거의 무료에 가까운 힘과 위로를 받았다. 이들이 내게 준 에너지는 내가 슬럼프에 빠지고 우울한 감정에 휩싸일 때마다 나를 수렁에서 건져주었다.


나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적어도 ‘아이유 연대기’와 같은 정성과 노력 정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덕후’ 들 만큼의 도움은 되지 못하니 종종 스타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빠반인으로서의 애정과 열정은 영원할 테니 앞으로 빠반인의 여정도 기대해 주기 바란다.


- 분량 조절 성공으로 '6화 당신도 한 때, 누군가의 ‘빠’였다 2'에게 계속




[이미지 출처]

https://jjalbang.today/jjalbangMake/11932

https://blog.naver.com/minho2824/222974094573

https://blog.naver.com/386one/22298284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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